[성승제의 풍문으로 들었소] 기대 커진 ‘官’, 레임덕 빠진 ‘民’
[성승제의 풍문으로 들었소] 기대 커진 ‘官’, 레임덕 빠진 ‘民’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11.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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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출신은 한계가 있더군요.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관(官) 출신 인사가 협회장을 맡아야 할 때입니다.”(제 2금융권 고위 관계자)

카드사와 저축은행의 최근 2년 동안은 숨죽이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정부와 관련 단체(소상공인 등)로부터 몰매(?)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물론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러는 동안 업계는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수익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실제 올해 3분기 카드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3분기보다 약 32%가량 감소했습니다. 카드사들은 카드론과 마케팅 강화로 탈출구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 금융당국의 제재조치에 순탄치 못한 상황입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은행-카드사간 통합설이 괜한 엄살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저축은행도 카드만큼은 아니지만 뜻하지 않게 죄인(?)이 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이자이익으로 역대급 실적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썩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가계대출 총량제 시행, 금리산정체계에 대한 사정 칼바람이 예고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죠.

금융업계에서 금융당국의 서슬 퍼런 칼날이 이처럼 길고 날카로웠던 적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카드대란과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 대형 사고가 터질 때도 당국이 시장 논리를 최대한 존중해줬다는 게 이들의 말입니다.

업계에선 책임을 민간 출신 협회장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과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모두 민(民)간 출신입니다. 김 회장은 KB국민은행 본부장, KB국민카드 사장을 역임한 후 2016년 6월 지금의 협회장으로 올랐고 이순우 회장도 우리은행장과 우리카드 고문을 맡은 이후 2015년 12월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당국이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면 단체장이 나서 업계를 대변하는 등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민간 출신 협회장들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유는 당국과 인맥(?)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2금융권 고위관계자의 말입니다.

“협회장이 금융당국 인사를 만나면 최소 차관보(1급)나 관리자(2급)급을 만나야 하는데 지금의 협회장들은 실무자인 3급 인사도 제대로 만나기 힘들어요. 간신히 읍소(?)해서 만난다고 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죠. 만약 협회장이 당국 고위 출신이었다면 이렇게 대접을 했을까요.”

두 인사의 임기는 어느덧 끝자락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회장의 임기는 올해 12월27일.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6월입니다. 정치권으로 보면 분명한 ‘레임덕’인 셈이죠.

어쨌거나 시장에서 낙하산 인사를 원한다는 것은 씁쓸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적이 줄고 시장이 더 악화하면 내 직장을 잃게 될 불길한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으로 금융당국은 성공(?)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업계에 마음껏 칼을 휘두르면서도 결국엔 단체장이라는 철밥통 요직을 차지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으니까요.

ban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