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이 전 세계 선박 수주 시장에서 실적 1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연간 수주 목표 달성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는 하반기 해양플랜트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 마저도 확실하지 않아 올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의 평균 수주 목표 달성률은 절반 수준이다.
가장 형편이 나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8월 말 기준 총 87억달러(106척)를 수주해 연간 목표치인 148억달러의 59%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73억달러의 수주 목표액 중 48%에 해당하는 35억달러(28척)를 채웠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82억달러의 수주 목표를 세웠으나 이달 초기준 실적은 37억달러(34척)로 45%에 불과하다.
올해 조선업황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3사 모두 수주 목표를 작년보다 높여 잡은 영향이다. 세 업체의 수주 목표를 작년과 비교할 경우 현대중공업은 76%(상선 기준), 대우조선은 62%, 삼성중공업은 26% 높다.
실제 조선 3사는 올해 경쟁사 대비 기술력이 우수한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물량을 대거 따내는 쾌거를 거뒀다.
그 결과 한국은 전 세계 선박 수주량 4개월 연속 1위를 이어가며 수주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잔량이 증가하는 낭보를 알렸다. 올해 누계실적에서도 2위 중국과의 격차를 186만CGT까지 벌리며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가의 해양플랜트 사업 일감을 세 곳 모두 전혀 따내지 못하면서 계획했던 수주 목표를 채우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1/3 수준의 인건비로 저가 수주공세를 펼치는 중국과 싱가포르를 당해낼 재간이 없는 탓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4건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3사의 최근 1년간 신규 수주 점유율은 0%다.
이에따라 조선 3사는 하반기 해양플랜트 수주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연내 입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블록B’ 프로젝트와 ‘킹스랜딩’ 프로젝트 수주전에 힘을 쏟고 있다.
블록B 프로젝트는 베트남 석유회사 푸꾸옥페트롤리엄이 근해에서 추진하는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투입할 해양가스생산설비(CPF)를 발주하는 내용으로, 총 10억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킹스랜딩 프로젝트는 미국 석유개발회사 엘로그가 멕시코만에서 원유를 시추하기 위해 발주하는 5억달러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다.
삼성중공업은 블록B 프로젝트와 함께 올해 말 선정 예정인 ‘릴라이언스’ 프로젝트 수주에도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 에너지기업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가 발주한 해당 프로젝트는 인도 동쪽 심해에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를 설치하는 내용으로 계약 규모는 20억달러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미국 석유회사 셰브런이 발주한 FPSO ‘로즈뱅크’ 프로젝트에서 싱가포르 업체 셈코프 마린과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종 결과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