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사 9명 중 7명 ‘親오너일가’
대한항공 이사 9명 중 7명 ‘親오너일가’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4.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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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서면·전자투표제 미시행…이사 선임 오너일가 마음대로
상장사 중 집중투표제 도입 10% 불과…서면·전자투표도 20여곳에 그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오너일가 전횡이 드러난 대한항공 현주소의 원인을 찾아보면 내부 감시·견제 부재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큰 역할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 선임에 오너일가를 비롯한 대주주 영향력을 위해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는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30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권리 보장을 위한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중 단 하나의 제도도 도입하지 않았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는 사외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가지는 제도다. 3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1주 당 3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서면투표제와 전자투표제는 주총에 참석하기 힘든 소액주주가 서면 또는 전자시스템을 통해 대리 참석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들이 도입되지 않으면 주총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이 더 행사될 수밖에 없으며 사외이사 선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올해 3월 주총에서 대한항공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법무법인 광장 임채민 고문은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이사의 ‘땅콩회항’ 사건을 비롯해 대한항공 광고 사진 표절 논란, 송현동 호텔 건립을 위한 서울 중부 교육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 대한항공 KAI 입찰 관련 법률 자문 등 대한항공 이익을 위해 변론을 맡은 ‘인연’이 있다.

현재 같은 법무법인의 안용석 변호사도 사외이사로 이름이 올라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조양호 회장의 매형 이태희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으로 한진그룹 오너일가 소송이 있을 때 자주 참여해왔다. 또 다른 사외이사인 정진수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 대표다. 화우의 땅콩회항 사태 때 대한항홍 측 변호인단으로 참여했었다.

즉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대한항공과 거래를 한 법무법인 소속이다. 여기에 사내이사 4명을 더하면 9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7명이 대한항공에 우호적이라 볼 수 있다. 만장일치가 아닌 이상 대한항공 이사회 의사결정은 오너일가 뜻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대한항공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49건의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들의 반대가 1표라도 나온 안건은 단 한건도 없다.

오너일가가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 대한항공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138개 상장사 중 주총에서 소액주주가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14개, 10.1%에 불과하다.

14곳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포스코, 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등 공기업 또는 공기업 이력이 있는 기업과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KB금융지주 한화생명, BNK금융지주 금융사들이 대부분이다.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중에서는 포스코와 SK텔레콤, 한화생명 등 3곳 뿐이다.

또 조사 대상 중 서면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배제하지 않고 있는 곳은 각각 20개와 24개 뿐이며 3가지 제도를 모두 도입한 곳은 전무하다.

김성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