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STX 시간 벌었지만… '앞날 깜깜'
성동·STX 시간 벌었지만… '앞날 깜깜'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3.09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동조선, 법정관리
STX조선, 인력 40% 감축 '조건부 생존'
업황 회복세에도 불구 경영 정상화 미지수

정부와 채권단은 8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성동조선을 법정관리하고, STX조선엔 사업 재편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을 요구하기로 했다. 당장 문을 닫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큰 고비는 넘긴 모양새지만 여전히 두 조선사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구조조정이 늦을 대로 늦은 이들 조선사를 두고 빠른 경영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에서는 경영난에 빠진 두 중견 조선소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됐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법원에 의한 회생 절차)가 결정됐고, STX조선은 고강도 자구노력과 사업개편을 전제로 자력 생존의 기회를 주되 한 달 내로 자구노력에 대한 노사합의가 없을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 정부가 회생 불가능한 기업에 추가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공고히 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회생이 불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졸업할 때까지 기존에 보유한 현금과 남은 일감으로 버텨야 한다. 그러나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보유 현금이 거의 없다. 수주 잔량도 작년 말 기준 5척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 5척은 아직 본격적인 건조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계약이 취소돼 잔량에 대한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선주사와 조선사는 건조 계약 시 한쪽이 디폴트(default)에 빠지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조항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규 수주도 어려울 전망이다. 용선계약에 따라 발주하는 선주사들이 회생 가능성이 불가능한 조선사에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일감을 맡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STX의 경우 한차례 법정관리를 받았지만 변제금을 갚을 능력이 있었다. 이에따라 회생 절차 돌입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 신규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반면 성동조선은 STX와 비교시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차이가 있어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성동조선이 수리조선소나 블록공장으로 전환하는시으로 회생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리조선소는 오염 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탓에 국내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후진국형 산업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호황일 때는 일감이 많아 대형 조선사들이 중견 조선사로부터 블록 납품을 받았으나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블록공장으로 전환하기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자산 매각이나 M&A 역시 아직 조선업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사되기 어렵다는 여론이 일반적이다.

STX조선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편이다. 지난 법정관리로 재무 건전성이 개선됐고 2월말 기준 1475억원의 가용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건조 경험이 있는 소형 액화천연가스(LNG)의 사황 전망이 상대적으로 좋아 물략 확보 가능성도 성동조선에 비해 높다.

하지만 한달안에 인력의 40% 이상을 줄이는 내용의 노사확약서를 제출해야 하는 점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직영 인력기준 1400명에서 40% 가량을 줄이면 인원이 1000명 미만으로 떨어진다.

STX조선은 자율협약 체제 때부터 꾸준히 인력을 감축해 2013년 8600여명이던 직원은 현재 1400여명으로 6분의 1 가까이 줄었다. 회사 측은 여기서 인력을 더 줄일 경우 생산품질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 중이다. 급격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노조 반발도 우려된다. 만약 어렵게 노사합의를 이뤄내 법정관리를 피한다 해도 정상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조선 업황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중견 조선사들의 경쟁력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건조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비가 훨씬 우수한 배를 만드는 등 획기적인 공법을 개발하면 좋겠지만 이는 단기간에 이루기 어려운 부분"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