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시중은행들의 대출 요건을 강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가계와 기업이 비은행권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사상 최대 폭으로 늘어나는 등 풍선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671조67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보다 34조8909억원(5.5%) 늘어난 수치로,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매년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비은행금융기관은 상호금융사,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이 포함되며, 대부업체는 들어가지 않는다
6월 말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조8905억원(10.9%) 급증했고, 종합금융회사의 여신 잔액도 11조8002억원으로 상반기에 1조1546억원(10.8%) 늘었다. 신용협동조합은 4조1492억원(9.5%), 새마을금고는 6조736억원(8.1%) 각각 증가했다.
이처럼 비은행금융기관, 제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난 것은 올해 초부터 정부의 여신 심사 선진화 지침이 시행돼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여신 급증세는 올해 대기업 대출이 주춤한 상황에서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이 비은행권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한은도 지난 2월 수도권부터 시행된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은행의 가계대출 수요 중 일부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5월 말 현재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62조821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4조1891억원 불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5조8490억 원 늘었고 토지, 상가, 빌라, 오피스텔 등을 담보로 한 비주택담보대출 같은 기타 대출이 8조3401억 원 증가했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높아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이 늘면서 전체 가계부채의 부실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 등 금융당국은 관계기관 태스크포스 팀을 꾸려 제2금융권 대출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계 부채를 줄일 방안을 찾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 6월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채가 많은 가구나 저소득층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계 소득증대 및 부채구조 개선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아일보] 김흥수 기자 saxofon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