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22일 ‘평창효석문화제’…대체로 맑고 9일 ‘비’
초록 잎 사이로 얇고 길게 뻗은 줄기 위에 흰 소금이 앉은 것 마냥 꽃이 피어있다. 멀리서 보고 안개꽃인가 했는데 가까이 가 보니 이게 메밀꽃이란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메밀밭 일대에서 오는 9월 6일부터 22일까지 제15회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린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로 선정된 이 문화제는 메밀의 고장인 평창군 봉평면에서 아름다운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매해 열리고 있다. 올해에도 소설 속 구절처럼 한편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 제15회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리는 봉평면 일대에 핀 메밀꽃 ⓒ이효석문학선양회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1936년 <조광(朝光)>지에 발표한 가산(可山)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일부다.
9월 들어 높고 파란 가을하늘 아래에는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하얀 메밀꽃밭에는 벌과 나비가 평화롭게 앉았다 날았다를 반복한다. 달빛 아래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은 밤에 봐도 운치가 있다. 70~80cm 높이의 메밀꽃이 허리춤까지 올라와 은은한 향기가 나는 듯하다.
15회째로 열리는 이번 문화제는 문학을 통한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부제를 ‘이효석의 꿈’이라고 정했다.
현대문학의 대가 가산 이효석 선생을 배출한 효석문화마을은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무대이기도 하다. 해마다 9월이 되면 흐드러진 메밀꽃밭을 보기위해 관광객이 많이 몰리고 있다.
이효석문학선양회와 봉평면 주민들은 축제장 300만㎡ 일원에 정성스레 메밀을 심어 풍성한 꽃밭을 조성했다. 또 메밀꽃밭 사이사이 오솔길이 조성돼 있어 이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메밀꽃에 빠지고 소설의 내용이 다시 한 번 떠오르게 된다.
▲ 메밀꽃밭에서 뛰노는 아이들 ⓒ이효석문학선양회
학창시절 한 번 쯤은 읽어봤고 시험문제로 몇 번은 풀어봤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허생원은 장돌뱅이로 장이 서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떠돌아다닌다. 장판이 끝나고 묵고 있던 충주댁네로 돌아온 허생원은 우연히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충주댁과 시시덕거리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그를 나무라고 손찌검까지 한다. 그러나 자신의 당나귀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달려와 알려주는 동이의 마음 씀에 화는 누그러들고 그날 밤 조선달·동이와 함께 다음 장이 서는 대화까지 칠십 리 밤길을 동행한다. 그 유명한 달밤 봉평 메밀꽃밭의 풍경 속에서 허생원은 젊었을 적 봉평 성서방네 처녀와의 하룻밤 인연을 이야기 한다. 그 인연만이 그에게는 평생을 간직한 그리움이요 살아갈 힘이 됐던 것. 이어 동이도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던 중 허생원은 개울에서 발을 헛디뎌 동이의 등에 업힌다. 등에 업힌 채, 그는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것과 동이가 자신처럼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동이가 어쩌면 허생원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암시와 함께 소설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된다.
달빛 아래 메밀꽃이 하얗게 핀 밤길을 배경으로, 얽은 얼굴 때문에 여자와는 인연이 없던 허생원의 애틋한 사랑을 형상화 시킨 이 작품을 따라 이번 축제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달빛 아래 메밀꽃이 하얗게 핀 밤길을 배경으로, 얽은 얼굴 때문에 여자와는 인연이 없던 허생원의 애틋한 사랑을 형상화 시킨 이 작품을 따라 이번 축제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메밀꽃밭 일대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릴 전망이다 ⓒ이효석문학선양회
봉평의 메밀꽃밭은 끝도 없이 하얗게 펼쳐져 있다. 메밀꽃밭 경관은 소설 속 배경을 체험해 보는 평창효석문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올해 평창효석문화제는 최초로 축제 총감독으로 신현식 교수(상지대학교 관광학부)를 선정해 축제의 변화와 전문성을 꾀했다.
올해는 메밀꽃밭을 2마당, 6개 공간으로 구성했다. 메밀꽃밭은 크게 이효석 마당과 봉평장 마당이 있고, 총 6개의 축제존(메밀꽃 문화존·이효석 문학존·메밀꽃 소설존·메밀꽃 포토존·봉평장 소설존·충주집 소설존)으로 나눠져 이전 축제와는 다른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초로 메밀꽃밭에서 실시하는 야간공연인 ‘이효석의 꿈’ 주제공연은 개막일인 오후 8시에 시작된다. 메밀꽃밭에서 실시하는 최초의 야간공연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에게 감동과 추억을 선사할 계획이다.
같은 날 오전 9시 30분에는 제34회 전국효석백일장대회가 행사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전국의 고고생과 대학생 및 일반부가 시·산문·사생·서예 등 글짓기를 통해 자신만의 솜씨를 뽐내게 된다. 이 중 대상 수상자 1명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여한다.
개막공연은 이 시대 마지막 변사 최영준 선생의 ‘검사와 여선생’ 공연이 펼쳐진다. 이 공연을 보는 방문객이라면 1930년대 변사의 해설에 따라 울고 웃던 그때의 시간여행을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메밀꽃 문화존에서는 매주 금·토요일 야간에 클래식 음악과 퍼포먼스가 공연되고 일요일에는 젊은 뮤지션들의 콘서트가 열릴 계획이다. 이 공간에서는 축제 기간 내내 방문객이 머물며 메밀꽃밭의 감동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및 휴게 시설도 운영된다.
특히 이효석 선생이 즐겨 마셨다던 모카커피를 직접 제조해 마셔보는 커피체험 카페를 운영한다. 이효석 생가 터 주변은 메밀꽃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이 곳은 메밀꽃 포토존으로 조성한다. 또 생가에서는 봉평 이야기를 담은 시와 가산 선생의 작품 시화전도 열린다.
▲ 메밀꽃밭의 야경 ⓒ이효석문학선양회
메밀꽃 소설존에서는 메밀꽃밭 오솔길을 거닐며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그리고 개막일과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축제장 일대에서 소설 속 명장면 거리 상황극이 펼쳐져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계획이다.
또 소설 속 배경 중 하나인 흥정천 개울에는 돌다리와 나무다리 그리고 섶다리를 건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는 발 담그고 쉴 수 있는 물가쉼터도 있다.
흥정천 개울 섶다리를 건너 봉평장 마당인 충주집 주막에 들리면 메밀전병을 비롯한 메밀 음식과 메밀 막걸리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
이 메밀은 몸속의 열기와 습기를 배출시킨다고 해서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에 사랑받는 음식이다. 메밀은 서늘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메밀이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주며 소화가 잘되게 하는 효능이 있어 1년 동안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체기가 내려간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성인병과 고혈압을 예방하고 간 기능 개선과 이뇨작용을 돕는다고 하니 축제장에서 메밀로 만든 음식을 맛보며 건강을 챙기는 것도 좋겠다.
봉평장 소설존에서는 지역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장터가 있다. 시끌벅적한 시장을 구경하면서 저렴하고 질 좋은 특산물을 구매하고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도 있다.
이효석과 그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대해 더 깊이 알기를 원한다면 해설사와 함께 축제장을 투어하는 ‘문학100리길-이효석 탐험대’에 참가할 것을 추천한다.
▲ 평창효석문화제 축제기간 날씨정보 ⓒ온케이웨더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날씨가 궁금해진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개막일인 9월 6일(금)부터 14일(토)까지 대체로 맑고 가끔 구름이 지나는 가운데 9일(월)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해 10일(화)에 차츰 갤 것”이라며 “14일까지 한낮 기온이 24~28℃의 분포를 보이고 일 최저기온은 13~17℃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축제기간 중 낮에는 포근하겠지만 아침과 밤에는 기온이 20℃ 아래로 떨어져 얇은 긴팔을 하나쯤 챙기는 것이 좋겠다. 달빛이 비추는 메밀꽃밭을 거닐 때 쌀쌀함보다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 것이다.
행사 관계자는 “이번 문화제는 가산문학이 주는 감동을 살리려고 촌스럽지만 정감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며 “이른 아침 영롱한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그윽한 향기의 메밀꽃 세상이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 흥정천 개울에 놓인 돌다리 ⓒ이효석문학선양회
<사진제공=이효석문학선양회>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