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우려 '은평자원순환센터' 허술했던 보강 과정
부실 우려 '은평자원순환센터' 허술했던 보강 과정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5.03.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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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공 후 뒷수습한 철근 인발시험 '띄엄띄엄'
하중 더 받는 내력벽 부분은 민원 후 늑장 확인
구조기술사 검토받았지만 보강 도면은 안 남겨
서울시 은평구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설 현장 상부(촬영 2025.2.8.). (사진=남정호 기자)
서울시 은평구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설 현장 상부(촬영 2025.2.8.). (사진=남정호 기자)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설 과정에서 오시공한 철근 일부를 절단하고 재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발주처인 은평구는 구조기술사 검토와 구조자문회의를 거쳐 구조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시공 후 진행한 인발시험이 세 종류의 철근 중 비내력벽에 쓰인 지름 13㎜에 대해서만 이뤄졌고 하중을 더 많이 받는 내력벽 철근에 대해선 민원이 제기된 후에 진행됐다. 이마저도 지름 25·19㎜ 내력벽 재시공 철근 중 19㎜에 대해선 생략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재시공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보강 도면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11일 은평구와 제보자 A 건설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와 마포구, 서대문구가 은평구 진관동에 조성 중인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설 현장에서 오시공 등에 따른 보완 조치로 내력벽과 기둥, 비(非)내력벽 일부 철근을 절단하는 일이 있었다. 

◇ 굵은 철근 합격이면 얇은 철근 무사통과?

해당 현장 지하 2층에서 오시공이나 작업 과정에서 절단하고 케미컬 앵커를 통해 재시공한 철근은 25·19·13㎜(이하 지름 기준) 세 종류다. 내부 구획 나누기 목적인 비내력벽에 쓰인 13㎜ 철근에 대해선 시공사 B 건설이 감리 입회하에 지난해 5월21일 케미컬 앵커로 재시공하고 이틀 후 바로 인발시험을 했다. 

케미컬 앵커는 철근을 넣어야 하는 자리에 구멍을 뚫고 화학 약품을 넣은 뒤 철근과 함께 굳혀 강도를 확보하는 시공 방법이다. 인발시험은 주입한 케미컬 앵커 약품이 납품사가 제공한 시험 성적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공된 철근을 기계로 잡아당겨 버티는 강도를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그러나 B 건설과 감리는 내력벽에 사용한 25㎜에 대해선 제보자가 은평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후인 작년 7월15일에야 인발시험을 했고 19㎜는 아예 시험하지 않았다. 내력벽은 비내력벽과 비교해 하중을 더 버텨야 하는 부위다.

이에 대해 은평구 관계자 C는 "13㎜에 대한 시험은 민원 전에 한 거고 민원을 제기한 이후에 25㎜를 한 번 더 (시험)한 것"이라며 "25㎜가 더 굵은 철근이기 때문에 그걸로 (19㎜ 인발시험을) 갈음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설 현장에서 오시공으로 케미컬 앵커 재시공을 한 직경 13(오른쪽)·25㎜ 철근에 대한 인발시험 결과서. 더 굵고 큰 하중을 버텨야 하는 25㎜ 철근에 대한 실험이 나중에 이뤄졌다. (자료=제보자)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설 현장에서 오시공으로 케미컬 앵커 재시공을 한 지름 13·25(오른쪽)㎜ 철근에 대한 인발시험 결과서. 더 굵고 큰 하중을 버텨야 하는 25㎜ 철근에 대한 시험이 나중에 이뤄졌다. (자료=제보자)

하지만 이런 해명에 대해 구조기술업계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한 건축구조 전문가는 "그 직경에 맞게끔 뚫었을 것인데 깊이가 당연히 다 다르기 때문에 이 깊이를 제대로 뚫었느냐 안 뚫었느냐는 각각 테스트해 봐야 한다"며 "전혀 다른 그룹에서 당겨봐서 다른 그룹에 있는 것까지 잘 된다는 걸 누가 장담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처음 케미컬 앵커 시공을 한 뒤 내력벽에 있는 25㎜ 철근이 아닌 비내력벽에 있는 13㎜ 철근을 대상으로 인발시험을 했다는 점은 지름이 '더 굵은 철근으로 얇은 철근의 인발시험 결과를 갈음할 수 있다'는 은평구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 보강 도면 없어도 괜찮아?

건축물 구조 안전에 영향을 주는 보강 공사가 있었지만 현장에선 이런 사실을 반영한 철근 구조 보강 도면을 남기지 않았다.

은평구 관계자 D는 "(구부러진 건 다시 펴고 잘라낸 건 케미컬 앵커로) 시공한 것에 대해 구조 검토를 받았던 것"이라며 "새로 보강 도면이 있는 게 아니다. 감리 (입회) 하에 타설하는 과정에서 한쪽으로 많이 쏠린 건 커팅하고 새로 케미컬 앵커 주입 시공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듯 은평구 관계자는 보강 도면이 필요한 과정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오시공에 따른 재시공의 경우도 보강 도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철근 보강 같은 경우는 시공사나 건축사는 잘 알지 못할 수 있는 만큼 구조기술사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구조물 안전은 구조 전문가한테 물어야 하는 게 맞고 오시공으로 인한 재시공 때도 보강 도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보강 공사를 할 때는 구조 검토를 다 거쳐야 한다"며 "구조기술사 검토에 따라 도면이 나오고 이에 따라서 다시 상세한 시공도가 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신아일보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설사업관리를 맡은 감리단에도 이런 문제에 관한 견해를 물었지만 감리단은 본사 방침이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