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추천 고려아연 사외이사, 법률 편중…"혁신·ESG 전문가 부재"
MBK·영풍 추천 고려아연 사외이사, 법률 편중…"혁신·ESG 전문가 부재"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5.01.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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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인덱스, '이사회 후보 역량 평가'…"글로벌 스탠다드 맞춘 전문성 균형 필요”
고려아연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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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구성과 관련된 논의가 뜨겁다. MBK·영풍 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군이 법률·정책 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 세미나룸에서 개최한 ‘고려아연 이사회 후보 역량 매트릭스(BSM) 평가’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고려아연이 추천한 이사진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균형잡힌 구성'이라고 평가했다.

포럼은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가 발제를 맡고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김광기 ESG경제연구소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경영연구원장이 전문가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박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에서 이사회 전문성의 균형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필수 조건"이라며 "고려아연 임시주총을 앞두고 양측 추천 이사 후보들의 역량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객관적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MBK·영풍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12명 중 절반가량이 법률·정책 분야 전문가들"이라며 "이렇게 가면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보다 훨씬 더 편중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업의 특성상 고려아연이 강조하는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이 친환경인데 ESG나 환경 전문가가 사외이사 추천 명단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리더스인덱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역량이 법률·정책 분야(30%)에 과도하게 집중됐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MBK·영풍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진도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소장은 "MBK·영풍 측 추천 후보를 보면 전직관료와 변호사 등 법률·정책 분야가 과도하고 ESG와 기술 등 기업 혁신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할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봤다.  

이러한 불균형적인 후보 추천에 대해 유 원장은 "향후 엑시트(자금 회수)를 대비해 법률 전문가를 많이 넣은 것 아닌가 싶다"며 "이는 회사의 발전 및 지속가능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사모펀드의 특징을 보이는 형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고려아연 주주들이 MBK·영풍 측이 추천한 후보 중 일부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법률·정책 분야 후보들은 모두 제외하는 것이 밸런스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후보군은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다. 

김 소장은 "(고려아연 측 후보들이) 이사회 전문성 매트릭스에 기반해 재무, 기술, ESG, 위기관리 능력 등을 갖춘 인사들로 고루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사와 여성 이사가 포함돼 다양성도 확보했다.

강 교수는 고려아연이 제시한 이사회 규모 상한(19명)에 주목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수준이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집중투표제의 의미에 대해서도 짚었다. 유 소장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1대 주주와 2대 주주뿐만 아니라 소수 주주들이 추천한 후보들도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임시주총에서 주주들은 단순히 인원수가 아닌,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ou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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