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경쟁력 강화·효율적 비용 집행, 수익성 제고…기업가치 극대화
주요 유통기업들이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밸류업(가치상승)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밸류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즉 실제 경영성과나 잠재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통상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유리한 조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업들은 확보한 자금으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육성한다. 이후 이를 통해 거둔 수익을 다시 주주를 포함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여 투자시장으로부터 재투자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다수의 기업들은 저평가된 가치를 끌어올려 ‘투자-성장-수익-환원’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한국주식은 경영권 분쟁 시 방어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한국주식의 장기투자수익률은 미국·일본·대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0년간 미국과 일본의 증시지수가 연평균 11%(배당 포함 시 13%), 10%(12%) 오를 때 코스피는 3%(5%)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여러 유통기업들이 잇달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며 밸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핵심 백화점 점포 리뉴얼과 쇼핑몰 사업 확대, 대형마트·슈퍼의 신선식품 전문매장 전환과 온라인 그로서리 통합 운영, 버티컬 전문몰 입지 강화와 개인화 마케팅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또 동남아를 구심점으로 한 해외사업 확대에도 나선다. 롯데쇼핑은 이를 통해 2030년 매출 20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주주환원율을 현재 30% 수준에서 35%로 확대하고 최소배당금 주당 3500원 정책을 시행한다.
㈜신세계는 주요 점포 리뉴얼을 비롯해 광주점·수서점·송도점을 랜드마크형 백화점으로 개발해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면세점의 경우 2025년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2026년 상반기 명동점 등을 새롭게 선보이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어뮤즈’·‘연작’·‘할리데이비슨 컬렉션스’ 등 뷰티·패션 브랜드의 해외진출에 속도를 낸다. ㈜신세계는 수익성 기반의 사업추진과 효율적 투자로 2023년 5.4%였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027년 7.0%로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여기에 주당 최소배당금을 4000원으로, 주주환원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4% 이상의 지분투자 수익률 달성과 80% 이상의 주주환원율을 이룬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광주·부산 프리미엄아울렛 등 출점 확대와 자회사 면세점·지누스의 사업경쟁력 제고로 ROE를 향후 3년 내 6% 수준으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8배 올린다는 복안이다.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 사업수익성 강화와 케어푸드 등에 대한 투자확대로 ROE 11%를 유지하고 PBR을 1배 이상을 이룬다는 심산이다. 한섬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수입 포트폴리오 확대·라이프스타일 영역 확장 등으로 ROE 9% 이상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이외 △롯데지주·롯데칠성음료·롯데웰푸드·롯데하이마트 △KT&G △LG생활건강 △셀트리온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퍼시픽 △동원산업 △AK홀딩스·애경산업 △콜마홀딩스·HK이노엔 △유한양행 △한미사이언스 △에이피알 △감성코퍼레이션 등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배당을 늘리는 방향보다는 주주들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역할론도 제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밸류업 자체는 기업에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그러나 단순히 배당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그 돈을 투자해 주가 자체를 올리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은 자금조달 창구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만큼 제대로 된 주식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기업에 대한 장기투자가 이뤄지도록 밸류업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