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수양 필요성 확대…1월 기준금리 '환율'이 좌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 셈법은 복잡해졌다.
내수 부진 등 국내 경제를 생각하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행보로 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금리 동결을 무시할 수 없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존 4.50~4.75%였던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다만 연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기준금리 예상 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줄이고 금리 인하 속도가 당초 전망보다 늦어질 것을 시사했다.
연준 FOMC 점도표(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를 보면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0.50%p가 높아진 3.9%를 제시했다.
현재 금리 수준(4.25~4.50%)을 고려하면 내년에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이다.
2026년 말 기준금리 예상 수준도 2.9%에서 3.4%로 뛰었다.
이에 내년 1월16일 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경제는 트럼프 2기 출범과 비상계엄·탄핵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소비 심리 안정화가 중요한데 탄핵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성장률이 2.1%로 낮아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요 실물 경제지표에 1~2개월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뉴스심리지수(NSI)는 이달 11일 77.47을 기록했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회사채 불안 사태 여파가 남아있던 2022년 12월2일(77.32)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하로 한국(3.00%)과 미국(4.25~4.50%) 금리 차는 기존 1.75%p에서 1.50%p로 좁혀져 당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생겼지만, 미국 금리가 기대보다 빠르게 내리지 않으면서 달러 가치도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원·달러 환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낮추면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환율이 더 요동칠 위험이 있다.
실제 이날 연준의 매파적 인하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서울외환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5월 오른 1453.0원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건 2009년 3월 16일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15년 7개월 만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내년 1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