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떠난 국힘 향해 "국민 의견 들으려 안 해"
"국민 대표로 뽑혀 놓고 의무 버렸다" 비판 쏟아져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지난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을 채웠다. 서울과 대구, 광주 등 각지에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허탈감을 호소하고 분노를 표출했다. 본회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선 "국민 의견을 들으려 않는다", "국민 대표로 뽑았더니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 "한 표 행사하라"고 외쳤지만
지난 7일 오후 7시4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집회 중이던 시민들이 국회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단체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직접 몸을 움직였다.
시민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아예 국회를 벗어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한 표를 행사하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 중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105명은 끝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후 9시20분께 의결 정족수 5명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투표 불성립 선언 후에도 많은 시민이 자정 가까운 시각까지 국회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날이 바뀐 후에도 국회 정문 앞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이 있었다.
국회 앞에서 만난 시민들은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강한 아쉬움과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정OO씨(45세)는 "(표결이 무산돼)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며 "그 사람들(국민의힘 의원들) 찍어준 사람들 밉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시 성동구에서 온 유OO씨(28세)는 "국민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자리를 뜨고 국민 생각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의사소통이 하나도 되지 않는 표결"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김OO씨(38세)는 "적어도 국민의 대표라고 뽑혔으면 국민을 대신해서 한 표를 행사할 의무가 있을 텐데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선거 때 분명히 대가를 치를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동성로'·'5·18민주광장'에도 촛불
지난 7일 시민 집회는 서울 국회 앞뿐만 아니라 대구와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시민들은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자 "윤석열 퇴진"과 "국민의힘 해체"를 외쳤다.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도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5·18민주광장은 1980년 5월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일어난 민중항쟁을 기념하는 곳이다. 광주시민들은 오후 7시부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광주시민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 밖에도 부산 서면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렸고 대전과 제주 등에서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냈다.
◇ "불안·혼란 책임지라"
윤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시민들은 대통령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 불안을 조장한 만큼 하루빨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정OO씨(20세)는 "민주당이니 국민의힘이니 어느 당을 지지한다기보다는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했고 헌법 정신을 훼손했기 때문에 당연히 탄핵 소지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OO씨(부천시, 45세)는 "저는 옛날 계엄을 아주 어렸을 때 경험했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끔찍했던 상황이지 않느냐?"며 "그게 다시 재현되는 줄 알고 겁을 먹었었고 그걸 시행하는 대통령한테는 아무래도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유OO씨(서울 성동구, 28세)는 "대통령의 독단으로 국민을 한밤중에 불안감으로 몰아넣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국가를 거의 뒤흔들어 놓는 행위를 했다"며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려면 알아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같은 날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다"며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