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6시간짜리 단꿈이 온 나라를 옥죈다. 여당의 불참 속에 첫 탄핵 시도는 무산됐다. 야권은 매주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단일 대오를 강조하던 여당은 하나둘 이탈자가 나오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더 잃을 게 없는 대통령은 계엄 정당성을 내세우며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계엄으로 인한 여파는 더 길게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권력의 공백기, 혼돈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계엄 청구서에 붙을 금액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탄핵을 당하든 조기 퇴진을 하든 심지어 대통령의 바람대로 탄핵이 되지 않든 간에 윤석열 정부가 이미 '식물 정부'가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의 말에 무슨 힘이 실릴 수 있겠나. 그간 내놨던 여러 정책은 추진 동력을 잃고 허공에 떠도는 말이 됐다. 정부가 뭘 더 할 수 있을 거라고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각자도생, 다시 한번 절감하는 요즘이다.
부동산도 숨죽였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시장에 찬물을 대야째 쏟아부으면서 심리가 얼어붙었다. 재정비 선도 사업 추진으로 들떴던 1기 신도시 주요 단지들도 사업 지연 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허덕이는 상황에서 악재에 악재를 더했다.
특히 정국 불안에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앞으로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과거 어느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마따나 아파트는 빵이 아니다. 밤새워 뚝딱 만들 수 없다. 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인허가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착공한 뒤에도 2년 반에서 3년 더 시간이 걸린다.
현 정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도 여전히 서류상 숫자로 남아 있는 게 다수다. 다른 정부가 들어서고 새 공급 대책으로 종이 속 숫자들이 더 늘어나더라도 갑자기 공급이 뚝딱 늘어날 순 없다.
내년, 내후년을 넘어 그다음으로도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면 그 여파는 매매 시장을 자극할 거다. 전월세 임대 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당장에야 위축된 수요에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겠지만 커진 불안감은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할 테다.
비상계엄이 경고 의미였다고 목소리 높이는 대통령.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더라도 경고 한번 한 값치곤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호미로 막을 단계는 이미 지났고 얼마나 큰 가래를 꺼내야 할지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정말이지 별의별 리스크가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