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유통잇슈] 존재감 커진 '재벌집 자제들', 반등 성공한 '이마트'
[월간유통잇슈] 존재감 커진 '재벌집 자제들', 반등 성공한 '이마트'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1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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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유통잇슈’는 유통업계 담당 기자들이 한 달간 주요 이슈와 화제를 골라 핵심만 명료하게 짚어주는 ‘정리 정돈된’ 기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유통 뉴스들 중에서 ‘이것’만 알고 있어도 한 달 동안 업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가볍게 되새길 수 있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내정자,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겸 삼양그룹 화학2그룹장,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내정자,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겸 삼양그룹 화학2그룹장,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사진=각 사]

2024년 11월에는 주요 유통기업들의 임원인사가 단행된 가운데 오너가(owner+家)의 승진 혹은 요직 배치가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는 오너 3·4세에게 그룹 핵심사업이나 미래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을 부여한 점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마트는 2020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최대 이익을 거뒀다. 정용진 회장 체제로 전환 후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유통 맏형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며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누적 수주금액은 사상 최초로 5조원을 돌파했다.

◇유통가, '신상필벌' 속 핀셋 인사 눈길
성과 냈다면 승진…GS 허서홍·삼양 김건호·농심 신상열 주목

유통업계 대기업들이 잇달아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속속 실시했다. 대부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에 맞춰 분위기를 다잡으며 조직 정비에 나섰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믿을맨’으로 손꼽히는 허민회 CJ CGV 대표를 그룹 컨트롤타워인 ㈜CJ 경영지원대표로 내정했다. 허 대표는 2020년부터 CJ CGV 대표로 몸담으며 극장 사업구조 혁신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허 대표는 ㈜CJ에서 그룹 중기전략 실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은 조동주 상무를 이랜드월드 한국패션부문 수장 자리를 꿰찼다. 조 상무는 2017년부터 뉴발란스 브랜드장을 맡아 당시 4800억원 수준이던 뉴발란스 매출을 지난해 9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를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대표는 ‘불닭 시리즈’를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며 삼양식품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데 공로가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너가 3·4세에 대한 인사도 눈에 띄었다.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은 부사장 승진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선다. 2022년 상무보로 별을 단 지 약 3년 만에 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에 오른 것이다. 신 부사장은 신사업과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할 방침이다. GS그룹은 오너 4세인 허서홍 경영전략SU(Service Unit)장을 GS리테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허 부사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아들로 지난해 단행된 임원인사를 통해 적을 GS리테일로 옮긴 바 있다. 허 부사장은 앞으로 리테일 비즈니스의 지속 성장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쓸 전망이다. 삼양그룹은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이 속한 화학2그룹장으로 오너 4세인 김건호 사장을 낙점했다. 김윤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은 삼양홀딩스 전략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스페셜티 사업을 관장할 예정이다. 농심은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신 전무는 2021년 상무가 된 후부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핵심 조직을 진두지휘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신 전무 누나인 신수정 음료마케팅 책임도 상무 진급과 함께 상품마케팅실장으로 발탁됐다.

◇정용진 혁신 통했다…SSG닷컴 재무리스크 해소
이마트 영업익 4년 만에 최대…'스타필드 마켓' 도입 효과

올해 3월 총수에 오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추진한 혁신이 마침내 빛을 봤다. 주력 이마트는 본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에 매진한 끝에 분기 최대 성과를 올렸다. 이마트는 올해 연결기준 3분기 순매출 7조5085억원, 영업이익 111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14일 발표했다. 별도기준 총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6726억원과 122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0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앞서 2022년 2분기 19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사상 최초 분기 적자를 낸 바 있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 전경. [사진=이마트]
스타필드 마켓 죽전 전경. [사진=이마트]

정 회장 체제에서 이마트는 실적 개선을 위해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하는 ‘가격파격 선언’, 직소싱·대량 매입·제조업체와의 협업 등 독보적인 유통 노하우를 총동원해 50여개 상품을 최저가 수준으로 선보인 ‘가격 역주행’을 운영 중이다. 특히 공간 혁신 리뉴얼 차원에서 ‘스타필드 마켓’을 론칭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이마트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 도입 등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고도화해 성장 모멘텀을 다지고 비용절감과 투자 효율성 제고로 수익성 개선을 지속한다는 복안이다.

이마트 자회사 ㈜에스에스지(SSG)닷컴이 새로운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며 자금 압박 위기에서 벗어났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14일 KDB산업은행·신한은행·NH투자증권 등 은행권 6곳과 증권사 4곳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올림푸스제일차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기존 FI로부터 1조원을 투자받을 당시 ‘5년 내 기업공개(IPO)를 하고 불발 시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특정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할 수 있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거래는 이달 26일 FI 간 주식 양수도가 진행되며 종결됐다.

◇롯데, 유동성 위기설에 '화들짝'
'롯데월드타워' 보증 담보로 내걸며 의지 표명

롯데그룹이 갑작스레 대두된 유동성 위기설로 때 아닌 홍역을 치뤘다. 발단은 ‘롯데그룹 차입금이 39조원이지만 전체 순이익이 1조원에 불과해 다음달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라시(소문을 적은 쪽지)였다.

롯데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롯데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지주]

롯데는 18일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21일에는 별도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롯데는 롯데케미칼이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을 총 4조원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룹 자산이 139조원, 보유 주식가치가 37조5000억원에 달하며 부동산 가치도 10월 기준 56조원, 즉시 활용가능한 가용예금이 15조4000억원이라고 덧붙였다.

26일에는 주주환원율을 2026년까지 3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중간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공시했다. 27일에는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안정성 강화 일환으로 그룹의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월드타워의 부동산 가치는 약 6조원이다. 롯데는 이를 통해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롯데케미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다.

◇삼성바이오, 수주금액 '역대 최대'
올해 총 11건 계약, 총 규모 5조3000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잇단 러브콜에 힘입어 2011년 창립 이래 13년 만에 최대 수주금액을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월 첫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11월 현재까지 총 11건의 수주를 따냈다. 그 규모는 지난해 전체 수주금액인 3조5009억원의 1.5배에 달하는 5조3000억원에 이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미국·아시아·유럽 등 글로벌 전역에서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 7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조4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데 이어 10월에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달에도 유럽 소재 제약사와 930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통해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압도적 생산능력 △품질 경쟁력 △다수의 트랙레코드(실적) 등을 꼽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5공장(18만ℓ)을 포함해 총 78만4000ℓ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또 올해 10월 말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총 339건의 제조 승인을 획득하며 우수한 품질을 입증했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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