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텔러 김승아, "설화·우화 외국에 홍보"
K스토리텔러 김승아, "설화·우화 외국에 홍보"
  • 임덕철 기자
  • 승인 2024.11.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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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간 20여개 국에 한국문화 이야기로 알려
김치 담그는 법 해외 알리며 ‘김치 스토리’ 책 출간
“발렌타인·할로윈데이 있듯, ‘국제 김치데이’도 필요”
K스토리텔러 김승아 씨.(사진=아리랑스토리텔링)
국내 1호 K스토리텔러 김승아 씨.(사진=아리랑스토리텔링)

지난 십 수 년간 20여개국을 다니며 한국 이야기를 통해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려 온 국내 최초 K스토리텔러 김승아씨가 이번에 책 ‘김치 스토리’를 출판, 오는 9일(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30길 47, 우리소리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 북콘서트를 갖는다.

김 씨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문화, 전래동화, 설화, 우화 등을 판소리, 연극, 춤, 노래 등의 예술장르와 접목한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통해 우리 고전의 해학과 문학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외국에 알리는 전문 스토리텔러로 활동해 왔다.

최근 전 세계에 K팝 영향에 힘 입어 K푸드 등이 선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스토리텔러 1호로 불리는 김승아 씨는 17년 전, 용어마저 생소한 '스토리텔링 공연'이라는 전문 분야를 국내에 들여와 보급하면서 한국전통문화를 해외에 알려 왔다.

해외공연 장면(사진=아리랑스토리텔링)
해외공연 장면(사진=아리랑스토리텔링)

김 씨는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수년 간 학원, 문화센터에서 영어강사, 영어독서지도사로 활동하다 2007년 영어 교수법에 관련한 연구를 더 하기 위해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가 토론토에서 우연히 '제29회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서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관람한 후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까지 아우르는 예술공연으로서의 스토리텔링에 매료됐다.

이후 영어강사를 포기하고 공연전문 '스토리텔러'의 길로 진로를 틀었다. 전문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스토텔러협회에서 진행하는 'First Steps into the Art of Storytelling' CERTIFICATE 과정을 2007년 수료하고 국제 무대에서 최초 한국 스토리텔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김 씨는 2008년 '제30회 토론토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 최초 한국인 스토리텔러로 참가해 외국인들에게 한국 이야기를 선보였고, 2009년 '제31회 페스티벌'에는 한국의 기개와 정신을 상징하는 호랑이에 얽힌 우화를 주제로 단독콘서트와 세미나, 전시회를 벌여 관객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스토리텔러들에게 집중 조명을 받았다.

김 씨는 이후 20여개국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래동화, 설화 고전소설을 각색, 현지 스토리텔러, 아티스트들과 협연을 통해 한국문화를 좀 더 글로벌하게 재 조명해 왔다.

이번에 출간한 ‘김치스토리’는 우리가 그동안 수 없이 먹었던 김치를 사랑이야기로 탄생시킨 창작 이야기로 그동안 캐나다, 말레이시아, 호주, 케냐 등지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김치 만드는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이 김치스토리를 통해 따뜻한 사랑을 회복하는 모습에 감동해 출판을 결심했다고 한다.

해외공연 장면(아리랑스토리텔링)
해외공연 장면(아리랑스토리텔링)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 출판, 말레이시아 보육원 아이들과 가난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김 씨는 밝혔다. 더 깊이 들어가 김 씨의 말을 들어봤다.

-‘K스토리텔러’라는 단어가 생소한데,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스토리텔러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이야기를 공연(performing)한다. K스토리텔러는 해외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이나 문화를 알리는 행사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옛 이야기들을 공연하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을 해 왔다. 보통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면 할머니, 어머니 무릎에서 듣던 구연동화를 떠올리시는 데, 무릎이 아닌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서사를 들려주는 즉흥 퍼포먼스라고 볼 수 있다.” 

-스토리텔링 공연을 외국에서 많이 했는 데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었다면

“공연 하나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공연이 없다. 제가 데뷔했던 17년 전에는 한국이 외국에서는 생소한 나라여서 관심을 받았고, 한류가 생기면서는 큰 사랑을 받았다. 몇 만명이 오는 큰 무대부터 지붕도 없는 아프리카 어느 가난 한 마을의 무대까지 한복을 입고 공작부인, 시장님, 장관님부터 시골 할머님들과, 갓난 아기까지 세계의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 한국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라고 한다면 올 초에 아프리카 케냐의 가난한 마을의 한 교실에서 공연을 했을 때다. 택시 기사도 찾기 힘든 그런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었고, 도착하니 온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제가 만나 본 관객들 중 손에 꼽히는 매너를 가진 멋진 관객분들이셨다.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고 어찌나 호응도 잘 하시는지, 너무 신나게 스토리텔링을 하다가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불을 켜야 하지 않냐고 하니까 불이 없다고 했다. 전기 선은 있는 데 전등도 없고, 전기가 끊어진 지 오래 된 거 같았다. 오히려 그 어둠 속을 뚫고 저의 목소리로 듣는 한국 이야기, 그 안에서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스토리 속 한국을 상상하는 그들의 마음이 그려졌다. 모두가 하나되어 스토리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대사 하나 하나에 집중했던 공연이었다. 그 어떤 공연보다 스토리에 혼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관객들과 하나되었던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 너무 좋고 고마웠다고 마을 분들이 차와 쿠키를 내어놓으셨는데, 모든 것을 저에게 주신 것 같아서, 공연자로서 기억에 남은  최고의 공연과 대우로 기억에 남았다.”

해외공연 장면(사진=아리랑스토리탤링)
해외공연 장면(사진=아리랑스토리텔링)

-한국적인 요소를 외국인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언어다. 데뷔때는 한국인들도 외국인들이 한국 이름 발음하기 어렵다고 영어 이름을 쓰던 때였지만 저는 제 이름도 ‘승아 김’이라고 한국 이름으로 호칭하게 했고, 스토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춘향’, ‘이도령’, ‘심봉사’ 가능하면 그대로 쓰고, 또 ‘할머니’, ‘호랑이’등 단어도 노래까지 만들어서 쉽게 따라할 수 있게 구성했다. 또 민요를 그대로 또는 개사해서 함께 부르고, 한복을 입어서 한국의 미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정서 ‘한’이라든가, ‘정’인데, 스토리와 스토리 속 등장인물을 통해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김치스토리’와 ‘글로벌 김치 패밀리’ 캠페인이 무엇인가

“김치스토리 책을 전 세계 보육원 아이들, 또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김치스토리에 담긴 교훈, 레시피 등이 전해지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김치를 먹을 때마다 누군가 자신을 생각하고 책을 주었다는 것을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소울 푸드처럼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음식과 스토리다. 그리고 20여개국에 K-스토리텔링을 하면서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가 정말 잘 살고 문화강국이 되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이제는 우리 한국이 세계와 더 많이 나누면서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글로벌 김치 패밀리’ 캠페인을 생각하게 되었다. 국내외 보육원을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김치스토리를 직접 들려주고, 기부자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김치스토리 책을 나눠주고 있다. 더 나아가 슬럼가 학교에 기부도 하고, 함께 김치를 만들어서 나눠 주는 등 다양한 나눔 행사도 준비중이다.” 

-출판 된 책 ‘김치스토리’는 어떤 내용인가. 

“무를 키우는 ‘김’ 그리고 배추를 키우는 ‘치’라는 농부 아들을 둔 어머니는 사이가 나쁜 두 아들이 서로 우애 좋기를, 또 어느 날 서로 사랑에 빠진 무 총각과  배추 아가씨는 서로 함께 할 수 있길 원했는데 이 세 사람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겪는 모험담을 담은 스토리다. 스토리를 읽으면 김치 레시피가 저절로 외워진다. 그 안에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 형제 간의 우애, 남녀의 사랑, 이웃의 사랑의 메세지가 담겨 있다. 11년 전 캐나다에서 외국인들에게 김치 담그는 워크숍으로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김치 담그는 연습을 하다가 상상의 나래로 이 김치스토리를 만들게 됐다.

책 '김치스토리' 표지.(사진=아리랑스토리텔링)
책 '김치스토리' 표지.(사진=아리랑스토리텔링)

 

-한류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이유와 김치스토리 중 외국인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류에 큰 역할을 했던 인기 있는 K-드라마 그리고 BTS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게 되면 외국인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이 삶의 의미에 대해 배우게 된다는 말을 했다. 드라마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어려움을 헤쳐가는 주인공의  의지와 지혜 그리고 드라마와 BTS  노래 가사가 주는 메시지들 이야기하면서 17년 동안 원석 그대로의 한국 스토리를 공연하면서 느낀 점은 뭔가 따뜻한 감동이 있고, 해학 속에서 웃으며 현실 속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용기를 얻게 된다는 거였다. 저 또한 스스로에게 주는 응원의 메시지기도 했다. 김치 스토리에 담긴 메시지도 비슷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형제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랑의 힘’을 화두로 내놓고 있다. 김치스토리는 외국인들이 맛 보았던 김치 맛과 향까지 소환시키는  4D K-스토리텔링이 되고, 더 나아가 함께 나눔까지 할 수 있는 글로벌 김치 패밀리 캠페인이 있어 나도 김치스토리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께 이 스토리를 건네고 싶은가 

”김치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고 싶은 분들,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는 분들, 사랑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고 싶은 분들에게 건네고 싶다.“

-글로벌 김치 캠페인을 보육원 아이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저에게 ‘김치’하면 할머니,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릴 적 김장을 담근 추억도 있고 11년 동안 캐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케냐에서 김치스토리를 들려주며 김치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느꼈다. 만드는 사람마다, 가정마다 저마다의 레시피와 함께 추억이 생긴다는 것을. 오히려 요즘은 한류 때문에 한국 가정에서 담아 먹지 않는 김치를, 싱가포르의 청년이 와서 담그는 것을 배워 가고, 발효음식에 매료된 호주 할머니가 오셔서 배워 가시고, 아프리카  케냐에 연인이 배우고, 말레이시아 아빠, 엄마가 아침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담그는 것을 보면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아름다운 김치 담그는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사진=아리랑스토리텔링)
(사진=아리랑스토리텔링)

발렌타인 데이나 할로윈 데이도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기리는데, 우리의 김장문화도 그렇게 전 세계로 널리 퍼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보육원 아이들이 김치스토리를 읽고 언젠가 연인이 생기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게 되면 그 안의 스토리를 함께 읽고, 온가족이 책에 쓰여 있는 레시피를 참고로 김치를 만들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글로벌 김치 패밀리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말해 달라.

”11년 전 김치 만드는 연습을 하며 이 스토리를 만들 때, 이 스토리를 통해 전 세계를 다니며 김치 만들기 워크숍을 하게 될 줄 몰랐고 또 이 스토리가 이렇게 출판될 지 몰랐다. 그리고 한류를 통해 김치가 이렇게 인기 있게 될지도.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9월에 출판과 함께 ‘글로벌 김치 패밀리’ 프로젝트가 말레이시아에서 9월 23일에 시작됐데, 11월, 12월에는 한국 보육원에서, 내년 1월, 2월에는 아프리카 슬럼가 안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중장기적인 계획은 이 스토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고, 또 아프리카에 김치 공장을 세워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도 주고 싶다. 김치스토리가 전세계인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스토리가 되길 기도하고 있다.“ 

김 씨는 "스토리텔링은 외국에서는 수 십년전부터 대중화돼 문화예술분야로 정착됐는 데 한국은 아직은 걸음마단계"라며 "우리나라의 글로벌 스토리텔러 1호로서 한국의 우수한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외국에 알리는 스토리텔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씨는 선구자로서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부터 남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경희대학교를 비롯 전국 기업체, 관공서, 교육기관 연수프로그램에 출강하며, 영어교육, 감성지식서비스, 마케팅, 공연분야에서의 스토리텔링 기법 활용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아일보]임덕철 기자
 

kdc949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