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육로의 완전 단절과 요새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자리에 나란히 전차 기동을 차단하기 위해 판 구덩이를 뜻하는 '대전차구'와 토산(성토지)을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15일 동해·경의선 폭파 이후 지난 1일까지 해당 지점에 매일 각 300∼400명의 인원과 중장비를 투입해 작업을 지속해 왔다.
특히 동해선과 경의선 토산 위에는 수목을 식재한 모습도 식별됐다.
우리 군은 북한이 유사시 토산에 있는 흙을 앞쪽의 대전차구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단시간에 남침 경로를 확보할 수도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동해선 토산 위에 인공기를 걸어두고 사진을 촬영한 다음 곧장 인공기를 철수하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이는 북한군 입장에서 전쟁 장애물이 아니고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며 "전체적인 작업 공정이 (이곳이) 자기 땅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라고 보고 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이후부터 남북 육로 단절을 차근차근 시행했다.
도로 주변 지뢰 매설 및 가로등·철로 제거 및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진행하는 가운데 남북 연결 철도·도로를 물리적으로 단절하는 조처도 감행했다.
남북 육로 단절을 단계적으로 밟아 나간 셈이다.
지난달 9일에는 남북을 연결하는 육로의 단절을 선언하고 MDL 일대 방벽 건설·지뢰 매설 등 '요새화' 작업을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우리 군 감시장비에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 연결도로의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 지뢰를 살포한 것에 이어 12월에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했다. 올 들어선 3월에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한 데 이어 4월엔 경의선 도로 가로등도 철거했다.
이어 5월에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6월엔 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으며, 7월엔 경의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하는 등 단계적으로 남북 육로의 완전 단절과 요새화를 준비했다.
한편 남북 연결 육로에는 철도 및 도로인 동해선과 경의선, 화살머리고지, 공동경비구역(JSA) 통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