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 '풍경채'로 알려진 제일건설이 최대 주주와 그 배우자 등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에 공사 일감을 부당 지원해 공정 경쟁을 저해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일건설(주)이 총수 일가 소유 계열회사인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공사 일감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7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건설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시행) 및 건설(시공)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소위 '벌떼 입찰' 등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에 아파트 '풍경채'를 지어왔다.

제일건설은 그룹 내에서 아파트 시공 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과 시공 능력을 갖춘 유일한 건설사다.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반면 계열사인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수준에 불과해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행할 시공 역량이 없는 상태였다.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의 최대 주주 유재훈과 그 배우자 박현해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제이아이건설은 제이제이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건설은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이 건설 실적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증대할 수 있도록 자신이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 총 7건에서 합리적인 사유 없이 제이제이건설 또는 제이아이건설을 공동 시공사로 선정해 공동도급 계약을 맺고 상당 규모 공사 일감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상당 규모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었으며 주거용 건물 건설업 시장에서 경쟁상 지위를 크게 강화시킬 수 있었다. 지난 2016~2020년까지 제이제이건설은 시공 매출 1574억원과 시공 이익 138억원을, 제이아이건설은 2017~2023년까지 시공 매출 848억원, 시공 이익 107억원을 거뒀다.

해당 기간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이 부당 지원으로 벌어들인 시공 매출은 각각 총시공 매출의 83.3%, 49.3%에 달한다.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20.9%, 12.8%에 육박한다.

이를 통해 시공 능력 평가 순위도 제이제이건설은 2016년 1337위에서 2020년 205위로,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 546위에서 2023년 405위로 뛰어 올랐다.

이들 회사는 부당 지원을 통해 상당 규모 건설 실적을 확보함으로써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인 3년간 300세대 주택 건설 실적을 쉽게 충족시킬 수 있었고 실제로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기업집단에서의 부당 지원 행위를 적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가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향후 국민의 주거 안정과 밀접한 주거용 건물 건설업 시장에서 건설사의 경쟁상 지위를 인위적으로 제고시키는 반칙 행위가 근절되고 공정한 거래 질서가 확립되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신아일보]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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