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의 성패 下] 승자도, 패자도 되는 공개매수
[적대적 M&A의 성패 下] 승자도, 패자도 되는 공개매수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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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익 판단 관건…카카오, SM 품고 구조조정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맞불 공개매수로 촉발된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재계는 물론 금융권을 관통하는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승기를 좌지우지하는 쩐의 전쟁 '공개매수'가 재조명되고 있다. 30년 전 나이키를 시작으로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합병(M&A) 시장을 뜨겁게 달군 공개매수 성패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앞서 14일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연합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34%를 추가 확보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38.47%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 33.9% △국민연금 7.83% △자사주 2.4% △기타 주주 17.4% 등으로 구성된다. 

이에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어느 쪽 손을 드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물론 금융감독원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와 법정 공방 등 향후 변수도 적지 않지만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확보는 물론 주주, 자본시장으로부터 고려아연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도출하며 공개매수 성공에는 온점을 찍었다.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간 사례도 적지 않다. 

앞서 1997년 신동방그룹은 적대적 M&A를 위해 대농그룹 미도파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또 2006년 9월 샘표식품 지분 24.1%를 확보한 우리투자증권 사모펀드(PEF) 마르스제1호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당시 2만2000원대 샘표식품 주식 89만305주를 공모가 3만원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며 흥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조양래 명예회장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손잡고 동생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일명 '형제의 난'도 공개매수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도 SM엔터테인먼트(SM)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에 SM 지분 25%(595만1826주)를 공개매수할 계획이었지만 SM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웃돌며 지분 0.98% 추가 확보에 그쳤다. 개인투자자가 공개매수에 응모 주식수는 단 4주뿐이었다. 

공개매수에 실패했다고 해서 영원한 패자는 아니다.

앞서 하이브와 SM 지분 확보 경쟁을 펼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2.2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공개매수에 성공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2배 많은 1조2000억원을 투입하며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섰고, 특히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시세조정 협의로 3개월째 구속 중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개매수 성공과 실패에 따라 파생되는 결과가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은 실익 판단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매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건 투자자인데, 문제는 가격"이라며 "주가는 물론 양도소득세, 배당소득세 등을 따져 유리할지 비교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