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비판‧비난에 더해 고소‧고발까지 난무하며 격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킬 수 있다고 비난했다.
영풍은 최근 최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영풍은 최 회장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한 투자로 회사에 약 1300억원의 손실을 입혔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미국 이그니오 홀딩스를 58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이 이사회 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투자를 단행해 회사 부채가 35배 증가했다"며 "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회사의 재정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영풍은 최 회장이 영풍과 협력 관계를 의도적으로 파기하고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며 황산취급대행계약을 종료한 점도 비판했다. 강 사장은 "이는 영풍을 고사시키기 위한 시도로 회사의 공동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문제 삼았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가 자사의 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 같은 투기 자본이 고려아연을 차지하면 자사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 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이차전지 소재와 자원순환 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단순한 투기 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은 고려아연의 중국 매각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계획은 전혀 없다"며 "이번 공개매수는 경영권을 강화해 고려아연과 영풍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라며 "최 회장이 희석시킨 주주 가치를 회복하고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의 고용 불안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이라며 "구조조정 없이 모든 임직원의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MBK파트너스와 협력에 대해선 "이번 경영권 분쟁은 영풍과 고려아연이 함께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최 회장의 사익 추구 경영을 멈추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로 전환해 회사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