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분쟁 '확전'…한화 김동관, 최윤범 백기사 등판하나
영풍-고려아연 분쟁 '확전'…한화 김동관, 최윤범 백기사 등판하나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4.09.23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 회장, 고교 동문 김 부회장과 회동…우군 확보
한화 "영풍 공개매수로 분쟁 장기화시 사업 우려"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각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사진=각사]

영풍그룹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한화그룹 개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확전태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교동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부회장이 이달 17~20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가스텍 2024’에 참가한 것을 고려하면 추석 직전 또는 연휴 직후에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회동이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선언일(9월13일) 이후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이 우군 확보 차원에서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은 미국 명문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으로 친분을 쌓은데 이어 사업적으로도 끈끈한 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최 회장이 취임한 2022년 유상증자 등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7.76%를 확보하며 수소·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회동과 관련해 최 회장에 대한 지지 여부를 명확히 하진 않았다. 다만 분쟁상황 자체에 우려를 보여 최 회장의 백기사(우호세력)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와 고려아연의 사업협력 분야는 장기적인 투자를 요구 한다”며 “이번 공개매수로 인해 경영권 분쟁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사업협력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과의 사업협력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계열사다. 두 창업주는 1949년 영풍기업사를 공동창업한 뒤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최 씨가, 영풍그룹과 전자계열사는 장 씨 일가가 각각 이끌며 75년간 동업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한 후 사업재편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갈등 조짐이 나타났다. 주력사업이 부진했던 영풍은 고려아연에 배당확대를 요구했지만 최 회장이 투자를 확대하며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올초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선 ‘배당확대’를 내용으로 한 영풍의 요구안이 부결됐다. 이후 영풍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위법하다며 소송을 걸었고 고려아연은 수십 년간 영풍과 진행한 원료 공동구매 계약을 중단하며 맞섰다.

특히 분쟁은 영풍이 지난 13일 MBK와 함께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 한 뒤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본격화 됐다. 현재 영풍에선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 지분 33.13%를 보유 중이고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우호지분 포함 33.99%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최윤범 회장은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주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장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또 “최 회장의 전횡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주는 심정으로 MBK파트너스에 1대주주 지위까지 양보하면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아시아 최대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을 더 발전시킬 역량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jangstag@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