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펙트스퀘어 도현명 "기업들, 고령화·지역발전 불균형 활동 저조"
SK, LG, 정부부처 130여개 전시 부스 운영... 일반인 6000여명 방문
국내 기업들이 한국 사회문제 중 기후위기·사회적 약자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는 국민 관심도가 높은 지역소멸,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 해결에도 더욱 힘을 보태자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민통합위원회, SOVAC, 현대해상, 코오롱, 코엑스, 한국경영학회와 공동으로(행정안전부 후원) 12일 코엑스에서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를 개최했다.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포럼, 미니 북토크, 전시, 마켓,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과 단체 뿐 아니라 정부, 학계, 시민사회 등 전 분야 이해관계자 200여곳이 참가했다. 또한, 사회문제 해결과 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일반 시민과 학생을 포함 6000여명의 대규모 인원이 방문했다.
대한상의측은 이번 행사 취지에 대해 “한국기업들이 사회문제 어젠다에 이미 많이 관여하고 있다”며 “이번 사회적 가치 페스타 행사는 복잡한 사회문제들을 매번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을 포함한 모든 주체가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기후행동, 책임소비와 생산, 불평등 해소를 위해 2012년 설립된 네덜란드 다국적 기업 CEO협의체인 DSGC(Dutch Sustainable Growth Coalition)의 의장인 얀 페테르 발케넨더 전 네덜란드 총리도 축사를 통해“이번 행사가 사회적 가치 확산의 이니셔티브로 작용해 혁신, 행동, 그리고 적절한 성과측정을 통해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를 기원한다”며 “사회적 가치 실천을 위한 한국의 도전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도 발표됐다. 최근 대한상의가 임펙트스퀘어와 함께 최근 사회적가치연구원의 국민 사회문제 인식조사와 대기업 97개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를 수행한 임펙트스퀘어의 도현명 대표는 “기업들은 기후위기, 저출생 등의 사회문제 분야에는 관심이 높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고령화, 지역발전 불균형 등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활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국민의 관심도는 높으나 기업의 관심도가 낮은 사회문제 영역(고령화, 지역발전 불균형 등)은 기업이 기술과 아이디어 혁신을 통해 정부, 시민사회 등 타 주체와 적극 협력한다면 성과의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다”며 “대한상의는 앞으로 사회적 가치페스타 행사와 ERT(신기업가정신협의회) 활동을 통해 이해관계자 간 협업모델과 이에 기반한 효율적인 사회문제 해결 접근법을 도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 각 부문의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소개하고 서로 격려하는 한편 협업의 기회를 찾기 위해 마련된 전시부스에는 정부와 민간, 학계, 협단체 약 130여곳이 참여했다. 전시부스는 전 연령대의 참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각 사의 여러 활동들을 소개하는 민간기업 부스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SK텔레콤은 ‘AI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듭니다’는 스토리를 전하고자 마련한 전시관에 ‘보이스피싱 번호 차단’, ‘AI 지진관측 센서네트워크’, ’사회적 가치 측정’, ‘해피해빗’ 등 SKT가 추진하는 활동들을 선보인다.
SKT 관계자는 “전시관 전체를 종이로 만들어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노력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사회공헌 사업인 LG소셜캠퍼스를 소개하는 부스를 운영, 사회적경제 기업의 성장 지원과 가치 창출 노력을 알렸다.
포스코는 철강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시멘트, 폐배터리 재활용 등 자원순환 관련 활동을 홍보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현대해상은 저출산 관련 대응 활동을 소개하며, 사회 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K소셜벤처들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아이디어도 돋보였다. IT소셜벤처 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비장애인 간 소통의 간극을 넓히고 있다. 아립앤위립은 어르신들을 고용해 직접 작성한 손글씨와 그림을 디자인해 판매하고 있다.
정부 및 공공 분야에서는 행안부, 서울시, 사회적기업진흥원, 동서발전 등이 참여해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이밖에 서울과학기술대학교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의 산학협력단 소속 소셜벤처들이 참여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선보이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 리더스 서밋, 각계 리더 140여명 참여…한국 주요 사회문제 논의
정부와 기업, 학계, 사회적 기업 등 각계를 대표하는 리더 1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리더스 서밋 행사가 아셈볼룸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비롯 박주봉 인천상의 회장, 유석진 코오롱Fnc 사장, 정경선 현대해상화재보험 CSO, 임성복 롯데지주 전무 등이 경제계를 대표해 참석했다.
SE생태계에서는 서인식 센시 대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남보현 HGI 대표가, 학계에서는 김연성 한국경영학회장,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리더스 서밋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주요 사회문제와 이해관계자 협업 방안’을 주제로 국민과 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살펴보고, 문제해결을 위한 각계 리더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경선 현대해상화재보험 CSO의 사회로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조정훈 신한금융그룹 ESG본부장, 서종식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 등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그룹이 토론자로 참여해 사회적 가치를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해관계자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하나의 사회문제가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과 결과로 얽혀있는 복잡성과 연결성을 이해는 것이 선행돼야 하며, 문제 해결의 방향성과 방법론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에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 사업이나 지원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사회문제의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오늘과 같은 자리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세션·마켓·네트워킹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 논의를 위한 전문세션도 한국경영학회를 비롯해 사회적기업진흥원, 카카오임팩트, CAPS 등 국내외 20여 기관 주관으로 종일 진행됐다.
한국경영학회는 ‘전략적 CSR과 어댑티브 파트너십' 세션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연성 한국경영학회장, 신현상 한양대학교 교수, 김정태 MYSC 대표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과 ESG 경영의 전망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2024 컬렉티브 임팩트 창출 포럼’ 역시 인기를 끌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가치'를 부제로 한 이 세션에서는 사회적경제와 기업의 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 외 가치소비 확산을 위한 마켓에서는 대체육을 비롯한 각종 친환경 먹거리와 제품들, 지역특산물과 다양한 기술들이 소개돼 참관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또한 비즈니스 네트워킹 세션에서는 파타고니아 등이 참여하는 미니 북토크와 기업 및 관계자 간 협업을 위한 대면미팅이 종일 이어졌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막을 올린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며 “제2회, 제3회 행사에도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분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