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노 전 대통령 노후자금조로 지급 주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이 본격 시작되면서 노 관장이 꺼내든 ‘300억원 비자금 메모’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특별1부는 지난달 22일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를 개시했다. 주요 쟁점은 2심이 근거로 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유입여부 등이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 재판부가 산정한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에서 20배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분할비율은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1심(60, 40)대비 최 회장에 유리하게 책정됐지만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주식 등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분할대상으로 삼았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보유한 고유재산 또는 혼인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뜻한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에 기여했다고 내다봤다. 특히 노 관장 아버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로 넘어가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사용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 관장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메모와 선경건설 명의 약속어음 6장(총 300억원)을 근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는지는 불확실하다. SK가 태평양증권을 인수한 건 1991년 12월인 반면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약속어음의 발행 날짜는 1992년 12월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SK측에 준 게 아니라 ‘비자금’조로 받은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취재했다며 ‘비자금 300억원’은 SK가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노후 자금이라고 전했다. SK 2인자였던 손길승 명예회장도 앞서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고 말했다.
SK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유입이 사실이라면 이를 최태원 회장 재산형성에 노 관장이 기여했다고 봐야할지도 검토할 부분이다. 약속어음은 발행인이 어음보유자에게 일정 금액의 지급을 약속하는 유가증권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대여하고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