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범죄수익, 은닉 처벌 필요" 한목소리...법안 발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제시한 ‘비자금 메모’로 역풍을 맞았다. 정치권이 이번 사태에 집중하면서 “비자금 환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선 최근 여‧야의원들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몰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최근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심 후보자를 향해 노태우·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의 은닉자금에 대한 의혹을 지적했다. 송 의원은 “역대 대통령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을 해야 한다. 총장이 된다면 국민적 의혹을 다시 한 번 해소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또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범죄로 은닉한 비자금이 계속 형성돼 있던 것”이라며 “검찰이 추징하지 못했다. 범죄 수익 은닉에 대한 처벌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노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건 추가 비자금 은닉 정황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달리 1996년 선고받은 추징금 2628억원을 2013년 완납하며 과거 비리에 대해 나름 책임지려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노 관장이 최 회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중 공개한 메모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노 관장의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작성했다는 이 메모엔 선경(SK 전신) 300억원 등 총 904억원 상당의 비자금 내역이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관장은 이 메모와 김 여사가 보유 중이라는 어음봉투를 증거로 제시했고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이란 판결을 이끌어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흘러 들어가 SK 성장의 마중물이 됐다”며 판결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는 “노 관장의 선택이 자충수가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히려 비자금 관련 뇌관을 건드린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법상 환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추징금 2628억여원을 2013년에 모두 완납하며 사법적 책임을 벗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SK에게 300억원의 비자금을 건네준 게 맞다면 불법자금을 활용해 축적한 재산을 개인인 노 관장이 취득해도 되냐는 논란이 붙는다.
이에 정치권은 법안까지 발의하며 대응에 나섰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자’가 사망해 공소제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 수익을 모두 몰수하고 추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장 의원은 “헌정 질서 파괴 범죄자들이 불법적으로 축적한 범죄 수익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추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