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하반기 불확실성 커지진 않을 것"
상반기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가 지역별로 엇갈렸다. 중동은 안정적인 유가에 양호한 발주 여건을 보이며 전년 대비 50% 넘게 수주액이 늘어난 반면 아시아는 플랜트 발주 여건 악화에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실적을 보였다. 다만 전쟁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불안 요인이 더 악화하지 않고 있어 하반기 해외 건설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해외건설협회(이하 해건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155억8400만달러(이날 오전 9시20분 환율 기준 약 21조5309억원)로 집계됐다. 1년 전 172억9100만달러보다 9.9%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는 1분기 55억19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9.6% 줄었지만 2분기에 들어서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프로젝트 패키지 1·2·4'(73억달러)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이후 굵직한 수주가 나오지 않으며 1년 전에 비해 실적이 줄었다.
상반기 수주 실적에선 중동과 유럽이 눈에 띈다. 전통적 수주 텃밭인 중동은 상반기 수주액 100억32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6% 늘어난 수치다. 중동이 상반기 국내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4%에 달한다. 유럽도 1년 전보다 20.1% 증가한 4억5000만달러 수주고를 올렸다.
반면 중동과 함께 양대 수주 텃밭으로 꼽히는 아시아는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반토막 나며 21억8800만달러 규모 사업을 따내는 데 그쳤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작년부터 아시아 시장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가 줄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 석화 제품들이 공급 과잉돼 동남아 쪽으로 쏟아지고 있어서 플랜트를 더 짓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늘리며 급성장했던 북미·태평양도 기저효과로 1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22억7400만달러에 만족해야 했다. 이외 중남미와 아프리카 수주액은 각각 5억700만달러, 1억3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8%, 79.7%씩 줄었다.
전문가들은 발주 여건이 양호한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건설 시장이 크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도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는 등 해외 건설 시장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가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 시장은 유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최근 (유가) 추이를 보면 중동 발주시장이 괜찮은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만다행인 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전되지 않고 관리 가능한 상황인 것 같다"며 "시장 불안 요인이나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리 기업들의) 파이프라인에 있던 사업들이 취소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봤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전망 등으로 앞으로 발주 여건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금리가 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면 발주 여건이 나아지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한편 1966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따낸 건설 사업 누적 수주액은 9794억1500만달러로 1조달러까지 205억8500만달러를 남겨뒀다.
최근 5년간 국내기업의 하반기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19년 104억달러 △2020년 190억달러 △2021년 159억달러 △2022년 190억달러 △2023년 160억달러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