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 오염 등 1년 농사 망쳤는데 보상금은 ‘절반’
일부 피해 농민은 배상판결 불복해 재심 신청도
작년 5월 모내기철을 앞두고 미군 전투기가 농지에 추락해 33가구의 논 농사를 망쳐 수억 원의 피해를 입었는데도 피해 농민들은 미군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는 커녕 피해보상금도 사고발생 1년여만에 40% 이내 지급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 일원 논에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소속 F-16 전투기가 추락해 기체가 완전히 파손됐다.
전투기 추락 직전 조종사가 지상에서의 대형 폭발을 막기 위해 연료통 기름을 공중에서 분사하는 바람에 인접한 농지 3만여 평에 기름과 기체 잔해물이 떨어져 농지가 오염 및 이앙시기를 놓쳐 농민들이 1년 농사를 망쳤다.
노와리 주민들에 따르면 미군은 전투기 추락후 사고원인을 조사한다며 이 일대 도로를 약 한달 간 차단하고 농기계 운행과 농민 접근를 막는 바람에 1년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는 것이다.
농사 피해를 입은 노와리 33가구 농민들은 두 달후인 그해 7월 7일 수원고등검찰청에 피해보상금을 신청했다. 피해보상금 신청은 피해 당시 전년도 3년치 농협 수매쌀과 밭작물 수매실적을 인근 미곡처리장에서 발급받은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수원고등검찰청 ‘수원지구배상심의위원회’는 올해 2월 7일, 이 같은 피해근거를 바탕으로 농가의 배상결정을 약 8개월만에 내렸다. 그러나 배상금액은 전체적으로 신청금의 평균 40% 수준 금액을 지급 결정했다.
노와리 피해 농민 33가구의 전체 농사 피해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어림잡아 수억 원으로 추산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한마을에 사는 이웃주민들끼리도 자신이 청구한 피해 청구 금액을 밝히기를 꺼려한다고 마을 주민은 전했다.
전투기 잔해가 자신의 논에 추락해 피해를 입은 J모씨는 당시 900여 평의 논에 육묘를 키웠다.
하지만 미군 수십 명이 한달 간 사고지역 인근 농지접근을 막아 모가 모두 병들어 죽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농협에서 육묘 550판을 총 330만 원에 구입해 일부 논에 모내기를 할 수 있었다.
J씨는 이번 사고로 농사를 짓지 못한 재산손해금 718만8,088원과, 위자료 1,800,000원 등 총 898만8,088원의 손해배상금을 수원고등검찰청에 청구했다. 하지만 ‘수원지구배상심의회’는 청구 금액의 절반도 안되는 약 40% 가량에 이르는 371만9,128원의 배상금을 결정했다.
수원지구배상심의위원회는 J씨가 입은 손해배상결정문에서 ‘최종 소득액이 아닌 토지면적을 고려한 총 수입액에서 생산비를 공제한 순소득액을 재산상 손해로 보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J씨가 신청한 피해신청금 700여만 원 중 배상금은 농협에서 구매한 육묘 300여만 원 상당에 그쳐 설득력이 떨어진다. 피해농지의 쌀생산 소득금액은 한 푼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농사를 짓지 못해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위자료 1,800,000원 청구는 기각했다. 심의위는 ‘위자료 청구금 기각이유를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신청인의 자료가 부존재 하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배상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려면 결정문 우편 송달 수령 2주일 이내 재심을 신청하라고 고지했다.
하지만 J씨는 “농지는 생명과 같은 존재이며 어린 모판은 애지중지 키우는 자식과 같은 존재인데, 사고 발생후 미군들이 모를 키우는 논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어린 육묘가 병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졸이는 농민의 마음은 보상받는 게 마땅하다”며 “힘 없는 농민들이라고 국가와 미군이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J씨는 “이 같은 보상금 결정을 결코 받아 들일 수 없다”며 “수원고등검찰청에 지난 8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노와리 이장 K씨도 “노와리 피해농민 대부분 보상금이 신청금의 평균 40% 선에서 판결이 나 불만이 많다”며 “피해 농민들은 대부분 70~80대 고령이라 이의신청을 한다 하더라도 재심에서 원하는 판결이 난다는 보장이 없고 개개인이 서로 의견이 다르다 보니 변호사를 선임해 공동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대부분 불만이 높지만 이대로 수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피해보상문제는 한미행정협정 제23조에 의거, 현행법상 한국정부가 선지급을 해주게 돼 있다. 더구나 미군 관련 사건 사고는 배상 절차상 ‘한국배상심의위원회’에서 확정 판결을 받더라도 ‘미군배상심의위원회’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보상이 어려워진다.
평택평화센터 임윤경 소장은 “미군은 전투기 추락사고에 대한 원인과 안전대책을 피해주민과 평택시민에게 정확히 보고하고 재발방지와 주민방지 대책을 수립하라”며 “미군 사건사고로 인한 피해는 국가와 자치단체가 나서서 미군 측에 강력히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2018년부터 미군피해를 막기 위해 법제도를 개선 중이며 미군기지 피해주민 지원법 조례를 제정, 안전대책을 마련했다”며 “이 조례를 근거로 평택시가 앞으로 미군피해 관련 문제를 정부에 의견을 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평택/임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