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 인프라 악화 ‘악순환’
해마다 신생아 울음소리가 줄고 있다. 새로운 생명보다 떠나는 이들이 더 많아지며 인구 자연 감소는 이미 진행 중이다. 인구가 줄면서 지방 소도시는 사라질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국내총생산(GDP)이 높았던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신아일보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살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범 사례가 확대 전파될 수 있도록 다양한 민간의 노력을 집중보도한다. [편집자주]
인구 감소로 인한 폐단은 더 이상 먼 훗날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다수 지역에서는 존재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지방소멸 단계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국가 전반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면, 비수도권은 이에 더해 청년층 이탈이라는 추가 악재가 뒤따르면서 지방소멸 가속 페달을 밟는 형국이다.
10일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51곳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또한, 67곳은 소멸 위험 진입 단계다. 수도권 포함 전국 시·군·구 가운데 절반 이상(51.8%)이 사라질 수 있단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지역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다. 지수가 낮을수록 지방소멸에 대한 위험도가 높다.
소멸 위험 분류는 한국고용정보원 기준에 따라 △소멸 고위험 지역(0.2% 미만) △소멸 위험 진입(0.2~0.5% 미만) △소멸 위험 주의(0.5~1.0% 미만) △소멸 위험 보통(1.0~1.5% 미만) △소멸 위험 매우 낮음(1.5% 이상) 등으로 나뉜다.
소멸 위험 지역은 2016년 79곳에서 2021년 106곳으로 불어나는 등 해마다 증가세다.
다른 통계 유형을 봐도 비수도권 지방소멸 기조는 뚜렷하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내놓은 ‘인구 특성 변화분석을 통한 도시 유형 분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를 ‘도시 체력’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 55곳이 고령층이 비대한 역삼각형 구조인 ‘체력고갈도시’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체력고갈도시를 출생률이 낮은 동시에 유소년·청장년 인구가 급감한 지역으로 정의했다. 경남 합천·충북 보은·전북 고창군 등이 여기에 속했다. 유소년·청장년 감소가 지속해온 ‘체력위기도시’도 경기 가평·강원 평창군 등 35곳에 이르렀다.
지방소멸이 두드러지는 원인으로 청년층 수도권 집중현상 심화가 꼽힌다.
한국은행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를 보면, 2015~2021년 수도권 순유입 인구 가운데 78.5%가 청년층이었다. 같은 기간 동남권과 호남권, 대구·경북권에서는 유출된 인구 중 각 75.3%, 87.8%, 77.2%가 청년층이었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원인은 일자리를 비롯한 불균형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15년과 2021년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황을 비교한 결과, 이 기간 월평균 실질임금 격차는 34만원에서 53만원으로 늘고 고용률 차이도 3.8%포인트(p)에서 6.7%p로 벌어졌다.
경제활동인구인 청년층이 떠날수록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며 기업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 등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교통·교육·문화·상업·의료 등 인프라 확충에도 불리해져 인구 유입 유인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에서는 지방소멸을 늦추기 위한 정책 대응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 ‘지방소멸대응기금’ 10조원을 편성해 연간 1조원씩 10년간 인구감소지역에 지원한다. 또한, 올해 초 ‘지역활성화투자펀드’를 출범했다. 지역 역량강화 지원을 목표로 3조원 규모의 다양한 지역활성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