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소재 연구개발, 국내 제조 핵심기지 육성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대교체 후 첫 연임행보로 국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입해 미래기술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LG는 2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제6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광모 LG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연임은 구 회장이 총수직을 승계한 2018년 사내이사에 오른 뒤 2번째다. 다만 구 회장이 최근에서야 자신만의 경영체제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떠나보내며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권 부회장은 선대인 고 구본무 회장에 이어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며 경영승계를 도운 6인의 부회장 중 마지막 한명이었다.
이에 따라 자신만의 경영체제를 완전히 구축한 구 회장은 국내 대규모 투자로 신성장동력 강화에 나선다. LG는 이날 주총에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약 100조원의 국내 투자계획을 골자로 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공유했다. 이는 LG의 글로벌 총 투자 규모의 65%에 달한다.
구 회장은 인공지능(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 Tech) 같은 미래기술과 배터리, 자동차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성장분야에 국내 투자액의 50%를 투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100조원 중 약 5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국내를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스마트 팩토리 등 제조 핵심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번 주주총회는 각자 대표인 권봉석 LG 부회장(COO)이 의장을 맡아 진행됐다.
구 회장은 권 부회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올해 경기 둔화와 지정학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AI의 보편화·일상화, 탈탄소 전환 등 산업의 변곡점들이 뚜렷해지면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LG는 저성장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넘어 그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미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며 “해법은 대체 불가능한 LG만의 가치를 제공하는데 달려있다는 믿음으로 올 한해 ‘차별적 고객 가치’와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또 “주력 사업은 전후방 산업의 변화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며 “사업 전반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는 단단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 사업은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주력 사업화할 것”이라며 “미래 사업은 인공지능(AI), 바이오(Bio), 클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LG의 존재 기반이자 사업의 시작점은 고객과 사회”라며 “LG는 모든 경영 활동이 미래 고객의 삶에 기여하는 방향인지 사회와 환경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살피고 옳은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총은 현장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을 위해 온라인으로도 중계됐다. 이날 하범종 경영지원부문장 사장, 홍범식 경영전략부문장 사장 등 LG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주총에선 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비롯해 재무제표, 정관변경,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5건의 의안이 상정돼 원안대로 의결됐다.
LG는 보통주 1주당 3100원, 우선주 1주당 3150원을 현금배당 하기로 결정했다. 정관 변경 승인으로 배당 기준일(사업년도말) 이후 배당액이 확정되던 것과 달리 앞으로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 기준일을 설정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