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응원구역서 "경쟁력 회복차례", "희망 잃으면 안돼"
주주와 대화시간엔 "사퇴의사 없냐", "지속적자 설명달라"
엄마, 아빠 손 꼭 잡고 온 초등학생부터 백발 노인까지, 467만 주주를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주총회는 다양한 연령대 주주들의 응원과 비판이 뒤섞인 열기로 가득했다.
삼성전자는 20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장엔 총 600여명의 주주들과 삼성전자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한종희 부회장을 포함해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대표이사 사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자리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 안건 표결 및 사업전략 공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주주총회 역사 상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고 회의장 입구에는 '응원 Zone(구역)'을 마련했다.
주주총회장이 열리는 컨벤션센터 3층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건 주주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겨있는 '응원 구역'이었다. 총회장 입장 전후로 주주들은 응원 구역에 들러 삼성전자를 응원하는 마음을 메모지에 꾹꾹 눌러담았다.
딸과 함께 총회를 방문한 50대 주주는 "다시 한 번 반도체 시장 세계 1위를 하길 바란다"며 "국민 대표 기업으로써 다시 한 번 힘을 내달라"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또 다른 주주는 "주가 문제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성공 여부는 국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발전을 이어가길 바란다. 삼성전자라면 할 수 있다"고 말헀다.
한편 주주총회장 내부에선 삼성전자를 응원하는 주주들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비판적인 질문들이 오갔다. 총회 시작 초반부터 주가 부진에 대한 지적과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한 실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처음 실시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서 한 주주는 "이병철 회장님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오늘 나와있는 임원진들이 자리할 수 있었겠냐"며 "100만 주주가 삼성전자를 떠났다. 사퇴할 의사는 없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저희는 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많지만 걱정도 많다. 작년 뿐만 아니라 적자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답변해달라"고 요청했다.
경계현 사장은 "저희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제는 시장에 영향 받지 않는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차례"라며 "올해 1월부터는 흑자 기조로 돌아섰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한종희 부회장은 "당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임직원 전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며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총회 종료 후 만난 4년차 주주 A씨는 "지난해 4분기 역시 컨센서스에 대비해 실적이 아쉬웠다. 하지만 올해 돌아오는 반도체 사이클에 희망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도 희망을 잃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