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배당 규모가 2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책으로 배당 규모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 8일까지 현금·현물배당을 발표한 76개 기업의 배당액을 조사한 결과 총액은 28조4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늘었다.
이는 최근 공시한 결산배당 외에 분기·중간배당이 있었던 경우 이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76개 기업 중 45개사는 지난해보다 배당액이 증가했고 12개 기업은 동일한 금액을, 19개사는 지난해 대비 감소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금 총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현대차였다. 현대차는 결산배당과 반기·3분기 배당을 합산한 총액이 전년보다 63.8%(1조1683억원) 증가한 2조9986억원을 기록하며 배당금 증가 1위에 올랐다. 배당액 증가 규모가 두번째로 큰 기아는 전년보다 58.1%(8155억원) 늘어난 2조2188억원을 결산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난해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2조1500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바꿔 배당 재원을 늘리고 전년(127억원)보다 4356억원 증가한 4483억원을 결산배당하기로 했다.
이밖에 메리츠증권이 2199억원 증가, 삼성생명이 1257억원 증가, 삼성화재보험이 994억원 증가, 셀트리온 519억원 증가, 포스코인터내셔널 468억원 증가, 삼성증권 447억원 증가, DB손해보험 420억원 증가, SK텔레콤 418억원 증가 순이었다.
배당금 총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LG화학으로 2022년 8603억원을 배당했으나 지난해 결산으로 64.9%가 줄어든 2743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다음으로는 POSCO홀딩스가 1514억원 감소한 7587억원을 배당 의결했다. 엔씨소프트가 721억원으로 절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배당액 순위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적자에도 전년과 동일한 9조8094억원을 배당하기로 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와 기아, KB금융(1조1662억원), 하나금융지주(9798억원), SK하이닉스(8257억원), SK텔레콤(7656억원) 등 순이었다.
개인별 배당액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년 대비 195억원 증가한 323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2205억 증가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2307억원), 3위는 535억원 늘어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1762억원), 4위는 436억원 증가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549억원)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위·1330억원),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6위·1245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8위·733억원)은 전년보다 감소한 배당금을 받게 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378억원 증가한 778억원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18억원 줄어든 331억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