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20조↑·엔솔 28조↓…반도체·2차전지 희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제치고 그룹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 2022년 초 역전을 허용한 지 약 2년만의 복귀다.
23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19일 기준 시총 171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LG그룹 167조원대을 추월했다. 이어 지난 22일엔 SK그룹(172조원)과 LG그룹(163조원) 시총격차가 9조원 이상 벌어졌다.
SK는 삼성에 이어 그룹별 시총 넘버2였지만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상장된 지난 2022년 1월27일부터 3위로 밀려났다. 상장 첫날 LG엔솔의 시총 외형은 118조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단일 종목으로 보면 LG엔솔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2위 자리를 꿰찼다.
LG엔솔 상장 후 약 1년이 흐른 지난해 1월 초 LG와 SK 그룹 간 시총격차는 더 벌어졌다. 2023년 1월2일 기준 LG그룹 시총은 203조원 수준인 반면 SK그룹은 124조원 정도였다. 또 지난해 9월말에도 양 그룹의 시총 격차는 50조원 정도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격차가 급격히 줄었다. 지난 2일 기준 LG 시총은 190조원으로 200조원대 벽이 무너진 반면 SK 시총은 179조원으로 평가됐다. 이어 16일엔 LG와 SK 시총이 174조원, 167조원이 됐다. 18일에는 LG 169조원, SK 167조원 내외를 기록했다.
LG가 2년 만에 그룹 시총 2위를 SK에 내준 배경엔 주요 상장 계열사인 LG엔솔을 비롯해 LG화학, LG생활건강, LG전자 등의 시총이 감소한 탓이다.
LG엔솔의 시총은 2022년 1월27일 118조원대에서 올해 1월19일 89조원대로 28조원 이상 감소했다. 2차전지 업종의 급성장 배경인 전기차(EV) 시장이 △금리·물가상승 △보조금 축소 등에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LG화학도 43조원대에서 28조원대로 14조원 이상 시총이 줄었다. 또 LG생활건강은 9조원대, LG전자는 5조원대 축소됐다. 이에 LG그룹의 시총 규모도 전체적으로 65조원 이상 내렸다.
반면 SK그룹에선 SK하이닉스가 선전했다. SK하이닉스의 시총은 2022년 1월27일 82조원대에서 이달 19일 102조원을 넘겼다. 특히 지난해 12월14일부터는 SK하이닉스가 LG엔솔 시총을 지속적으로 앞섰다.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인공지능(AI) 기술 보편화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LG엔솔이 주식시장에 등장할 때만 해도 LG그룹은 시총 외형이 단숨에 2위 자리로 올라서며 돌풍을 일으켰다”며 “2년이 흐른 지금은 LG엔솔의 시총은 상장 초보다 떨어지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업종 간 온도 차이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