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핵심 명품채널 도약 기대…백화점 위협도 충분
최대 경쟁력 '로켓배송' 토대 글로벌 영토 확장 잰걸음
쿠팡이 세계 1위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도약에 승부수를 띄운 모습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이 국내 명품 구매 채널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대만에 이어 해외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파페치는 샤넬·에르메스 등 1400개 명품 브랜드 상품을 글로벌 190개국 이상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또 스트리트 럭셔리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비롯해 팜 엔젤스 등 다수의 뉴가즈 그룹 럭셔리 브랜드, 영국 명품 부티크 브라운스와 미국 스타디움 굿즈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최첨단 기술과 럭셔리, 이커머스를 결합한 다양한 솔루션도 갖추고 있다.
쿠팡Inc는 이번 인수에 자금 5억달러(약 6500억원)를 투입한다. 이를 통해 쿠팡은 4000억달러(약 520조원) 규모의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리더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쿠팡Inc는 특히 최대 경쟁력인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포부다. 또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파페치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책임자)는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럭셔리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페치 인수를 통한 쿠팡의 온라인 명품 시장 진출과 관련해 국내 백화점의 명품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는 파페치가 자체적인 명품 소싱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쿠팡의 약점으로 꼽히는 명품·패션 역량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쿠팡이 전국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한 ‘로켓배송’으로 파페치 명품을 국내 고객들에게 선보일 경우 장보기 시장을 장악한 것만큼의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 명품을 구입해온 2030세대 취향을 저격할 명품 브랜드가 쿠팡에 입점된다면 로켓배송 혜택까지 더해져 기존의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 국내 명품 온라인 플랫폼은 물론 백화점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명품의 낮은 온라인 침투율 등을 고려했을 때 경기회복 구간에서 온라인 명품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페치는 부티크 전문 마켓플레이스로 명품을 소싱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어 쿠팡이 이를 활용해 직접 온라인 명품 판매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는 한계에 다다른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비즈니스 영토를 확대하기 위한 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지만 매출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지역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지역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곳들은 로켓배송을 하기에 비용 대비 성장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지난해 10월 대만에 진출한 것도 같은 이유인 셈이다. 때문에 쿠팡은 직접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이미 시장 내 입지가 탄탄한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쿠팡이 전 세계에 인프라가 확충돼 있는 파페치를 인수해 궁극적으로 경기회복 이후 글로벌 명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국내 비즈니스를 캐시카우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대만 등 해외 진출 본격화와 궤를 같이 한다”며 “쿠팡으로 인해 국내 유통 시장 경쟁 환경이 과거처럼 과열되는 일은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국내 유통 사업자에 긍정적 이슈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