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광고 막았지만…‘실속 없는’ 고금리 예·적금 ‘봇물’
낚시 광고 막았지만…‘실속 없는’ 고금리 예·적금 ‘봇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1.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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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 넘는 고금리…한도 등 조건 까다롭고 체감이자 낮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에서 최고 연 10% 안팎 고금리 수신상품을 우후죽순 출시하고 있다. 다만 이들 상품 대부분은 우대 조건이 까다로워 최고금리를 받기 어렵거나, 납입 한도에 제한이 걸려 실제 소비자가 받는 체감 이자는 얼마 되지 않는 등 ‘미끼 상품’인 경우가 많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최고금리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금융권 예·적금 광고 관행 교정에 나섰지만, ‘실속 없는 고금리’ 상품 출시와 판매를 예방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판매한 연 5%대 예·적금 상품 1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은행 간 자금 재유치 경쟁이 일어나면서 은행권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통상 예금보다 금리 수준이 높은 편인 정기적금의 경우 두 자릿수 이자율을 제시하는 상품도 적지 않다.

전북은행은 최고 연 13.6% 금리가 적용되는 적금 상품을 출시했으며, 광주은행 역시 외부 업체와 제휴한 적금에 최고 연 13% 이율을 내걸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최고 연 11%짜리 적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내놓은 ‘한달적금’은 최고 연 8% 금리가 적용된다. 두 자릿수 금리에는 못 미치지만 비교적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금융소비자로부터 높은 인기를 받고 있다.

이들 상품은 최고금리만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높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영양가는 부족한 편이다.

일례로 카카오뱅크 한달적금은 기본금리 연 2.5%부터 시작해 하루 납입할 때마다 우대금리가 조금씩 붙어 최고 연 8%에 도달하는 구조라 실제 소비자가 받는 이자는 크지 않다. 

하루 최대 납입 한도인 3만원씩 31일간 저축에 성공할 경우 원금 93만원에 세전 이자 3261원을 받을 수 있다. 납입금액 대비 이자율은 0.35%로 연간 기준 환산 시 4.2%다. 같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자유적금(최고 연 4.0%)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이자소득세 15.4%를 떼면 실제 받는 금액은 2759원으로 줄어들며, 하루 납입 금액이 3만원보다 적을 시 최종 이자도 훨씬 줄어든다.

다른 상품도 기본금리 연 1~2%대에 조건이 까다로운 우대금리만 덕지덕지 붙여놓은 이른바 미끼 상품이다.

은행권이 수신상품 판매 시 최고금리만 과도하게 강조하며 홍보한 것은 이전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9월부터 예·적금 등 상품 금리 관련 광고 시 준수사항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해당 준수사항은 금융사가 예금 상품 광고 시 소비자가 이자율의 범위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최고금리와 기본금리를 균형 있게 표기하도록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기본금리 표기는 준수하되 최고금리 수준을 이전보다 더 높인 방식으로 소비자 가입을 유도하며 실속 없는 고금리 상품 판매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금리만 눈여겨보지 말고 우대조건과 납입 한도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며 “목돈을 모으거나 체감 높은 이자 소득을 원한다면 기존 예·적금 상품이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