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릴' 점유율…4연임 기로, 선도기업 확고한 입지 과제
‘KT&G맨’ 백복인 대표는 국내 연초(일반담배)에 이어 후발주자로 시작한 궐련형 전자담배시장까지 석권하며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한 경영자로 평가 받는다. 백 대표는 중장기적인 도약을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과 전자담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내년 4연임 기로에 선 백 대표는 국내에선 경쟁사 추격을 따돌리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는 한편, 침체를 겪는 해외사업 실적 관리가 요구된다.
◇궐련 이어 전자담배도 1위
KT&G(케이티앤지)는 국내 담배시장에서 ‘토종’의 저력을 보여주는 최대 기업이다. 점유율(올 상반기 기준)은 연초가 65.5%로 독보적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릴(lil)’을 앞세워 이 시장을 개척한 ‘아이코스(IQOS)’를 제치고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물론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에서도 KT&G는 성장을 지속하며 작년에 6조에 육박한 매출(연결기준)을 기록했다. KT&G에서 30년 넘게 재직한 ‘뼛속까지 KT&G맨’ 백복인 대표의 경영능력이 업계 안팎으로 꾸준히 인정받는 이유다.
특히 백 대표가 2017년 릴을 쥐고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에 진출한 이래 5년여 만인 지난해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로부터 주도권을 뺏은 건 상징적인 성과로 꼽힌다. 공격적인 R&D(연구개발) 투자와 영업·마케팅력으로 점유율 격차를 줄이며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위상을 높였다. 백 대표가 3연임을 넘어 내년 정기주주총회 때 4연임까지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의 ‘2023년 상반기 담배시장 동향’에서 전자담배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16.5%까지 올랐다. 2020년 10.6%와 비교하면 3년 새 6%포인트(p)가량 늘었다. 연초 담배 판매는 2019년 이후 4년여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올해는 KT&G를 비롯해 한국필립모리스, BAT로스만스 담배 3대장이 저마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영업·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전자담배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백 대표는 지난해 11월 ‘릴 에이블’에 이어 올 하반기 ‘릴 하이브리드 3.0’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릴 에이블의 경우 AI(인공지능)가 사용환경, 흡연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예열 온도를 설정하고 사용 상황에 따라 추가 가능한 모금 수와 시간을 제안한다. 적절한 충전 타이밍도 알려준다. 릴 하이브리드 3.0은 스탠다드·클래식·캐주얼 3가지 흡연 모드를 제공하면서 ‘일시 정지’ 기능을 추가해 소비자의 흡연 성향을 좀 더 세분화하면서 편의성을 더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KT&G 관계자는 “하반기엔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릴 하이브리드 3.0의 빠른 전국 확장 등으로 압도적인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NGP' 성과가 관건
백복인 대표는 올 초 미래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27년 연매출 10조원 달성’과 함께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으로의 도약을 대내외에 공언했다. 담배사업 양축인 궐련에서 3조8000억원, NGP(차세대제품, 전자담배)는 2조800억원이 목표 매출액이다. 백 대표는 궐련과 NGP의 해외 경쟁력을 강화해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비중을 지난해 33%에서 2027년 50% 이상(부동산 제외)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연매출 10조 달성의 관건은 ‘글로벌’이다.
KT&G는 미래 비전 선포식을 연지 나흘 만에 한국필립모리스의 모회사이자 글로벌 최대 담배기업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15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적과의 동침’이라고 불리는 KT&G와 필립모리스의 전략적 동맹관계는 2020년 1월부터 이어졌다. 백 대표는 당시 자체적으로 릴의 해외 판매망 확장이 여의치 않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PMI와 손잡았다. 업계에선 릴-아이코스 간 경쟁이 한창 치열했던 터라 무척 파격적이란 반응이 많았다. 릴은 PMI의 공급망을 십분 활용해 해외 판매국을 지난해까지 31개국으로 확장했다. 충분한 실리를 챙겼다는 점에서 백 대표의 묘수가 들어맞은 셈이다.
다만 KT&G의 해외 담배사업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궐련의 올 2분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6%가량 늘었으나 해외법인 매출은 급격한 세금 인상 등으로 전년 동기보다 9.7% 줄었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131억7000만개비로 전분기(133억7000만개비)보다 2억개비 감소했다. 전자담배의 글로벌 매출은 2분기 662억원으로 전년 동기 1142억원과 비교해 40% 이상 급감했다. 다행히 수익성이 높은 전자담배 스틱 매출이 72.7% 늘어난 점은 위안이다. KT&G 관계자는 “올해 해외 NGP 매출은 작년에 글로벌 공급망 이슈를 대비해 디바이스 수출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대하면서 나타난 역기저효과”라며 “스틱 매출 비중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고 낙관했다.
백 대표는 내년 4연임의 기로에 선다. 핵심 성장동력인 전자담배의 국내외 성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올해가 선도기업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면서도 자칫하다간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는 ‘위기의 시간’이다. 릴 점유율은 작년 말 47.5%에서 올 1분기 48.4%로 상승했다가 2분기엔 46.4%로 2.0%포인트(p) 줄었다. 글로벌 시장은 침체를 겪는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하반기 반등의 지표가 확실히 필요하다. 다가오는 3분기 실적 발표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환경경영비전 수립…투자액 확대
KT&G는 환경보호, 사회공헌 등 다방면으로 ESG 경영을 실천 중이다. 지난 2021년엔 중장기 환경경영비전 및 전략 ‘KT&G Green Impact’를 수립하고 성과 창출에 나서고 있다. 실제 국내외 사업장에서 최근 2년 간 온실가스 7.5% 감축, 재생에너지 사용 16% 확대 등을 이뤄냈다. 올해에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18%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KT&G가 환경 개선 차원에서 투자한 금액은 비전 수립 전인 2019년 17억1800만원에서 지난해 81억7600만원으로 3년 새 4.7배 이상 확대됐다.
KT&G는 또 상상마당을 통해 단편영화제 개최, 디자인 챌린지 공모 등으로 신진 예술가 창작활동을 비롯한 문화예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KT&G장학재단은 국내외 교육 소외계층 지원,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679명에 총 395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공급망의 경우 지속가능한 농업을 기반으로 우수한 품질의 해외 잎담배를 조달하고자 지난해 글로벌 STP(Sustainable Tobacco Program)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다. 국내 잎담배 농가의 복지증진을 위한 지원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지원액은 38억5000여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