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 논의가 정치권 이슈에 또다시 미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병원 이송 및 구속영장 청구에 민주당 위원들이 '보이콧(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보험소비자 바람에도 14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여야 정쟁에 다시 안갯속에 빠지며, '말짱 도루묵' 신세에 놓였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개정안 등 법안 111건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병원 이송과 구속영장 청구 등에 반발, 법사위 등 상임위원회(상임위) 일정을 취소하며 불발됐다.
상임위 내 법률 심의와 의결은 전체 위원 중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할 수 있다.
개정안은 앞서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제동으로 결론 내지 못하고 보류된 바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병원→정보처리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험개발원 등)→보험사 등 전자문서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종이 서류를 발급받은 뒤 사진을 찍어 보험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송하거나, 팩스·우편 등으로 청구해야 한다.
이러한 번거로움 때문에 연간 2500억원에 달하는 실손보험금이 청구되지 않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만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가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손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청구를 포기한 경험은 절반(47.2%)에 달한다. 실손보험금 가입자 2명 중 1명이 보험금을 제대로 못 챙긴 셈이다.
보험금 청구 포기 이유는 △진료 금액이 적어서(51.3%) △진료 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일이 귀찮아서(23.5%) 등 보험금 청구 절차에 대한 이유가 대부분이다.
이런 탓에 보험소비자는 물론 보험사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조속히 도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청구 간소화 도입에 대한 기대는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여야 정쟁으로 인해 국회가 파행을 보이면서 이번 회기에 처리되지 못해 개정안이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개정안 재논의 시기는 11월뿐"이라며 "10월 국정감사로 법사위 일정 잡기가 어렵고, 본회의 절차까지 고려하면 12월에는 늦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21대 국회에서 개정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다시 국회 계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