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자산관리 역량 강화…신탁 확대 '속도전'
시중은행, 자산관리 역량 강화…신탁 확대 '속도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9.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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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4대 은행 신탁 수탁고 378조원…신상품 봇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은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집중하는 가운데, 신탁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의미로 소비자가 금융회사에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는 상품이다. 금융사는 이를 일정 기간 운용·관리해 수익을 낸 뒤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율은 통상 1% 내외다.

신탁은 크게 현금 등을 맡기는 ‘금전신탁’과 부동산 같은 재산을 맡기는 ‘재산신탁’으로 나뉘며 은행 비이자이익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신탁 수탁고는 총 378조1965억원이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333조3552억원) 대비 13.5% 불어난 규모다.

은행권은 1200조원 이상의 국내 신탁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탁고를 확보하고 있다. 은행 외에도 전문 신탁업체인 부동산신탁사와 보험, 증권업계가 신탁업을 영위한다.

은행별 상반기 수탁고 현황을 보면 신한은행이 119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93조4939억원), KB국민은행(86조5479억원), 우리은행(77조7547억원) 순이다.

수탁고 증가율 역시 신한은행이 26.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은행은 15.4%로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국민·우리은행은 5.5%, 2.5% 늘었다.

은행 신탁 부문이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산관리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신탁 수탁고가 1000조엔(9049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 대비 수단에 예금 이자 수익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있지만 수익률은 더 높은 신탁에 눈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비이자이익을 확대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은행의 경영 방침이 맞물리며 성장은 탄력을 받았다.

4대 시중은행 상반기 신탁 수수료 수익은 3918억원으로 전년 동기(3706억원)보다 5.7% 증가했다. 신탁 수수료 수익은 신탁업무운용 수익과 중도해지수수료 수익 등으로 구성됐다.

수익 부문에서는 은행 간 희비가 교차했다. KB국민·하나은행은 웃었지만, 신한·우리은행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증시 회복에 관련 상품 판매가 증가하며 1년 전(1085억원)보다 13.8% 늘어난 1235억원을 거뒀다. 4대 은행 중 가장 큰 신탁 수수료 수익 규모다.

하나은행은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상반기 910억원에서 올 상반기 1040억원으로 14.3% 불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수익은 역주행했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신탁 수수료 수익은 90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951억원에서 5.0% 줄었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기간 2.6% 감소한 74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신탁 시장은 앞으로 지속 활성화될 전망이다. 신탁회사들의 영업경쟁과 수익성 추구로 신규 사업이 열리고 다양한 신탁 상품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묻어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9년 사모펀드 사태 이후 위축됐던 신탁사업이 규제 완화와 수요 증가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며 “자산관리 목적에 맞는 다양한 새 신탁 상품들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