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대책에 "정당한 업체·컨소 참여 非전관회사 어찌할지 고민해야"
인천 검단 지하 주차장 붕괴에서 시작한 'LH 아파트 부실' 논란이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 사태를 넘어 'LH 전관(前官)'을 겨냥했다. 부실 아파트 상당수가 LH 퇴직자가 일하는 설계·감리업체와 연관됐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졌고 국토부는 10월 'LH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LH 아파트 설계와 감리에서 전관은 어떤 존재일까? 설계·감리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LH 퇴직자부터 이런 퇴직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건축사까지 여러 시점에서 전관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인터뷰 대상 보호를 위해 이름과 소속은 밝히지 않았다. <편집자 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출신 건축사 A씨가 최근 불거진 LH 아파트 감리 담합 의혹과 LH 전관의 연관성, 국토부가 내놓은 카르텔 근절 방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A씨는 LH 아파트 감리 업계 카르텔은 2세 경영자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LH 퇴직자는 1도 힘을 못 쓴다'고 표현했다. 카르텔의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얘기다. 국토부가 내놓은 LH 전관 업체 계약 절차 중단 등 대책에 대해선 전관이 있더라도 정당한 과정을 거친 업체는 어떻게 할지, 전관 업체와 컨소시엄으로 엮인 비(非) 전관 업체의 권리는 어떻게 지킬지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음은 A씨의 일문일답이다.
Q LH 아파트 감리업체들의 입찰 담합 의혹이 있다. LH 출신과 관련 있나?
"감리 쪽에서 룰 정하고 업체들을 선정해 가는(사업 수주) 과정에서 LH OB(old boy, 퇴직자)들은 힘을 1도 못쓴다. 전부 다 2세들이 (하는 거다.). 옛날에 OB였던 사람들이 이제 나이를 먹었을 거 아닌가. 그 이인자가 된 아들들이 자기들끼리 다 해 먹는다. 자기들이 순서 정해서 한다. LH OB들은 회사마다 있기는 있다. 그런데 그들은 그냥 앉아있을 뿐이다. LH (현직 직원 중에) 심사위원도 없지 않나. 그러니까 힘도 못 쓰고 담합은 그들(감리업체 2세 경영자)이 한다. LH(전관)는 힘 진짜 1도 못 쓴다. 그냥 있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까 그들(감리업체 2세 경영자)이 카르텔인데 LH 직원(퇴직자)이 있다고 해서 전관이냐. 힘을 못 쓰면 전관이 뭔가. 카르텔인가?"
Q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LH에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조치는 어떻게 보나?
"두 가지 얘기가 될 것 같다. 첫째는 정당한 심사 과정을 거쳐서 된 거를 취소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LH 전관 업체가 포함된) 컨소(컨소시엄) 중에서는 LH 전관이 없는 업체도 있단 말이다. 그럼 그 업체는 어떻게 할 거냐는 거다. 그래서 일단 막 저지를 게 아니고 한 번쯤 생각해 보고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 카르텔이라고 하는 거에 매몰돼서 그 카르텔이라는 것을 정의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Q 국토부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전관 업체의 LH 계약 참여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나?
"그걸 이제 정부의 무슨 특례법으로 할 것 같은데 특례법이 통과되기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 거다. 기재부가 그런 식으로 해서 얻을 게 뭔가. 어떤 정책은 '과연 얻을 게 뭐냐' 그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공기업 출신들 전관이라고 하는 건 전부 다 배제되고 민간에서 다 가져가면 그 민간들은 여태까지 카르텔이 아니었나? 학연, 지연 다 있지 않나? 그게 더 무섭다. 그것들은 다 살아서 돌아다닌다고 하면 카르텔이 더 세진다."
Q 전관 논란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하는 LH 출신 설계·감리업계 종사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지 않나?
"'불이익을 주겠다', '불이익을 어떻게 줄 거냐' 이런 것과 관련해 법률이 정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있을거 아닌가? 그런 한도 내에서 하면 크게 문제 안 되리라 생각한다.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을 내지 않을까? 왜냐하면 LH만 상대로 하는 게 아니고 '건설공사에 관계된 모든 공기업을 다 다루겠다'. 도로, 철도 뭐 이런 걸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들을 다 아우를 수 있다는 합리성이 결여되면 공기업들이 일을 못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