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채비, 그룹 승계 연관…'라이프스타일' 확장 속 유커 귀환 '호재'
'갑질' 논란에 과징금 리스크…쿠팡·컬리·배민·다이소 뷰티시장 참전
올리브영은 K-뷰티의 대표 플랫폼이다. 2030 여성을 충성고객으로 웬만한 동네마다 매장을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인지도와 강력한 시장지배력, 뛰어난 트렌드 선구안은 성장가도의 강력한 페달이다. 국내 H&B(헬스앤뷰티)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최근 ‘협력사 갑질’ 논란으로 일정 정도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 거액의 과징금 리스크는 부담이다. 여기에 쿠팡·컬리·배민·다이소 등 각 업계 1위 플랫폼들이 뷰티시장까지 넘어왔다. 여러모로 적수가 많아진 올리브영이다.
◇강점: 상품·입지·브랜딩…2030女心 파고든 올영
CJ그룹의 올 2분기 실적은 썩 좋지 못했다. 수익성 면에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8%가량 줄어든 4989억원에 그쳤다. 주력이자 상장사인 제일제당, ENM이 부진한 탓이다. 하지만 국내 H&B 최대 사업자인 올리브영은 달랐다. ‘올영’의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96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2.3%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비상장사라는 그룹 방침상 공개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에서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은 1024억원으로 같은 기간 77%가량 급증했다.
CJ올리브영은 1999년 서울 신사동에 첫 매장을 출점한 후 20여년 넘게 다양한 경쟁자를 제치면서 절대강자 자리를 꿰찼다. 차별화한 상품 MD 능력, 선제적인 입지 선정, 적극적인 신생 브랜드 발굴, 당일배송 ‘오늘드림’과 라이브방송 ‘올영라이브’ 등 옴니채널 고도화는 올영의 강점들로 꼽힌다. 이 같은 전략은 주 타깃이자 최대 소비층인 2030 여성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그간 아모레·LG생건 중심의 ‘방판(방문판매)’과 미샤·더페이스샵과 같은 ‘로드숍’은 물론 롯데의 롭스, GS리테일의 랄라블라도 올영의 맞수가 되지 못했다. 글로벌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세포라, 신세계백화점이 도입한 시코르 등 글로벌 H&B도 ‘타도 올영’에 나셨으나 그 벽을 여전히 넘지 못한 상황이다.
올영의 국내 H&B 시장 점유율은 71.3%(올 1분기 점포 수 기준)에 달한다. 그럼에도 올영의 매장 확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 2분기 매장 수는 1320곳으로 1년 전보다 45곳이 더 늘었다. 서울·수도권 기준 웬만한 동네마다 올영이 있고 퇴근길, 하교길에 습관적으로 올영을 들리는 여성들이 많다. 스세권(스타벅스 상권) 못지않게 ‘올세권(올리브영 상권)’이 뜨는 이유다.
◇약점: '상생' 이미지 뒤 거래 방해 의혹
최근 CJ올리브영은 경쟁 뷰티 플랫폼에 중소 협력사 제품 납품을 막았다는 의혹이 일면서 ‘갑질’ 논란 중심에 섰다.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올리브영을 신고한 게 발단이 됐다. 쿠팡은 중소업체들이 쿠팡 납품 계획을 알리면 올리브영이 매장 축소나 인기상품 납품을 막는 등 거래 방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협력사와의 계약 시 타 채널에 동일 상품 납품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담거나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사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납품업체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올리브영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올리브영은 그간 중소 협력사와 함께 성장했다며 ‘상생’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올영은 취급 상품의 80%가량은 중소 협력사에 납품 받았고 코로나 팬데믹 3년간 300개를 웃도는 중소기업 브랜드를 발굴했다. ‘중소기업 성장 엔진’이라고 자평할 정도다.
다만 올리브영의 시장 점유율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독점 사업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공정위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공정거래법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항 적용을 두고 내달께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장지배력 기준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수천억원 가량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는 오프라인 매장 기준으로 시장을 보는 반면에 일각에선 쿠팡·네이버 등 이커머스까지 합쳐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후자일 경우 올영의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10% 초반대다. 올영도 공정위 조사를 의식해선지 올 2분기 실적이 포함된 CJ지주 2023년 상반기 사업보고서부터 국내 온·오프라인 합산 뷰티시장 매출액 기준으로 점유율을 공표했다. 올 상반기 올영 점유율은 13.8%다. 올영은 직전까지 H&B 오프라인 시장점유율로 발표했다.
◇기회: 이선정 체제, 온라인 키우고 플랫폼 외연 확장
CJ올리브영은 기업공개(IPO)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올리브영 지분을 가진 장녀 이경후(4.21%), 장남 이선호(11.04%) CJ 3세 남매의 경영 승계와 연관이 깊다. 상장 이후 지분 매각에 따른 승계 자금(증여·상속세)을 마련할 것이란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올영이 외형 성장 등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하는 이유와도 맞닿았다. 올영의 올 상반기 매출액(별도기준)은 1조79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4% 늘었다. 작년 총매출액은 2조7753억원이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올해 매출 3조원 돌파가 가능한 상황이다. 6년여 만에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허용된 것도 호재다. 국내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는 플랫폼이란 점은 유커(중국인관광객)를 잡아끄는 최대 매력이다. 증권가도 올리브영을 유커 수혜를 크게 볼 기업으로 꼽는다.
올영은 MD 출신의 ‘상품통’ 이선정 대표 체제에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성용품 ‘W케어’, 먹는 화장품 ‘이너뷰티’ 등 카테고리를 넓히고 주류 판매도 본격화했다. 지난 3월엔 ‘통신판매중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쿠팡, 네이버처럼 판매자를 온라인몰에 입점시켜 상품 중개까지 하겠다는 의지다. 오늘드림 배송 고도화와 옴니채널 전략으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면서 올 2분기 온라인 매출 비중은 25.2%로 높아졌다. 올영이 이커머스로서의 잠재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으로 올리브영은 CJ그룹의 핵심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CJ 간판을 단 전국 1000여개 매장 이상을 보유한 브랜드는 올리브영(올 2분기 1320개), 뚜레쥬르(1574개) 정도다. 그룹 차원에서 올영과 같은 오프라인 점포를 앞세워 시장 트렌드 파악, 소비자 점접 강화 등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다.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만한 테스트베드 역할도 가능하다. 실제 올영은 제일제당, ENM 등과 다양한 협업을 해왔다.
◇위협: 모호한 온·오프라인 경계, 늘어나는 경쟁자
올리브영은 그간 여러 경쟁자를 제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영역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진 가운데 쿠팡·컬리·배달의민족·다이소 등 신규 플레이어들이 속속 뷰티시장에 참전한 점은 꽤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갈등의 골이 깊은 쿠팡은 명품 화장품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선보이며 충성도 높은 아모레·설화수·에스티로더·록시땅 등 국내외 대형 뷰티 브랜드 다수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서울 성수동에 ‘뷰티 버추얼 스토어’ 매장을 열었다. 사흘간 1만여명이 찾을 만큼 호응이 컸다. ‘로켓배송’과 함께 이용자 수가 2000만명(올 2분기)에 육박한 점은 최대 강점이다. 새벽배송 1위 컬리도 지난해 버티컬 서비스 ‘뷰티 컬리’로 매스티지(명품의 대중화)급 브랜드를 유치하고 있다. 올 초엔 글로벌 최대 뷰티기업 로레알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확실한 우군이 생겼다.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은 최근 ‘뷰티케어 셀렉트샵’을 파일럿 테스트하며 뷰티시장 공략 채비를 했다.
균일가 편집숍 다이소의 경우 미래 고객인 알파세대에게 ‘뷰티 놀이터’로 인기가 높다. 1000~5000원 수준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애경·클리오·입큰 등 중견 브랜드를 유치하고 기초·색조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했다. 올 상반기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0%가량 늘었다. 올리브영 이상으로 동네마다 다이소 간판(공정거래위원회 기준 2022년 1442개 매장)을 볼 수 있는 점은 또 다른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