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급증' 주범이라니…인터넷은행의 억울한 사연
'주담대 급증' 주범이라니…인터넷은행의 억울한 사연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8.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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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취급 다수는 대환대출…전체 주담대 대비 비중 2% 불과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 중 하나로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를 지목한 가운데, 불만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대비 주담대 규모가 미약한 인터넷은행에 대출 증가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골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신용대출 대비 금액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주담대 확대를 통해 성장과 건전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5조4229억원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13조2960억원에서 올해 6월말 17조3220억원으로 4조260억원(30.3%) 증가했고,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2조293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1조4070억원(61.4%) 불어났다.

이는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영업의 결과다. 6월 중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취급한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각각 연 4.02%, 4.14%로 같은 기간 시중은행 평균금리인 연 4.31~4.79%보다 낮은 수준이다.

토스뱅크는 아직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지만, 하반기 중 전·월세보증금대출 상품을 출시해 시장에 합류할 계획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주담대 성장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이다.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원인으로 주담대 증가세를 지목하고 ‘50년 만기 주담대’와 더불어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확대를 겨냥했다. 

한국은행의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주담대 잔액은 같은 기간 820조7718억원으로 5개월 연속 증가세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들이 비대면으로 대출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차주의 상환능력 등을 충분히 심사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금융정책과 합치가 되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은 전체 시장에서 인터넷은행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취급한 주담대도 다수가 기존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대출이기 때문에 전체 대출 증가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2분기 신규 취급한 주담대 3조5000억원 가운데 60%가 대환대출로 이뤄졌다. 케이뱅크 역시 상반기 아파트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1조4000억원 중 절반이 대환 목적으로 실행됐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증가세가 커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중 다수는 없던 대출이 새로 생긴 게 아니라 기존 대출이 옮겨진 것”이라며 “은행 전체 주담대 잔액에서 인터넷은행 비중은 2%대에 불과해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