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459억, SK 608억 증가…상속·증여세 납부용
재계 오너일가들의 주식 담보대출 금액이 7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가 세 모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전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주식담보대출은 4조원을 넘어 가장 많았다. 상속세 납부가 주된 이유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72개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641명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136명이 담보 대출을 활용했다.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37.1%를 담보로 제공하고 7조6558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담보 비중은 29.6% 대비 7.5%포인트 증가했다. 담보대출 금액은 41.3%(2조2236억원) 늘었다.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것은 경영자금 또는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 납부를 위한 목적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대출금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삼성그룹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홍라희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의 주식담보 비중이 지난해 20.2%에서 올해 40.4%로 2배 증가했다. 담보대출 금액은 1조8871억원에서 4조781억원으로 2조1910억원(116.1%) 증가했다.
홍라희 전 관장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1억1730만주(1.96% 지분) 중 51.4%를 담보로 제공하고 2조25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 보유주식 중 2265만2000주와 삼성물산 주식 465만6000주를 담보로 1조167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5539만 4044주(0.93%)의 17.2%와 삼성물산 주식으로 6611억원을 대출받았다. 대부분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대출이며 이재용 회장은 연부연납을 위한 공탁외에는 주식담보 대출은 없었다.
다음으로 담보대출 금액이 많이 증가한 그룹은 LG그룹이다. 지난해 LG그룹 오너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금액은 1288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459억원 증가한 2747억원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260억원의 대출에 이어 올해 2월과 6월 각각 230억원과 1180억원을 추가로 대출했다. 반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주식담보 대출금액은 지난해 950억원에서 900억원으로 50억원 감소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오너일가 10명이 보유한 SK, SK디스커버리 주식 중 51.8%를 담보로 5575억원을 담보대출을 하고 있었으나 올해 2명이 추가 대출과 기존 주식담보 대출 증액으로 608억원 늘었다. 최태원 SK회장은 ㈜SK 주식 438만5276주를 담보로 4315억원을 빌렸다.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155억원,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은 757억원 주식담보대출을 보유했다.
한솔그룹은 오너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금액이 지난해 170억원에서 433억원 증가한 603억원으로 나타났다.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은 지난해 한솔케미칼 주식 8만6130주를 담보로 90억원을 대출 중이었으나 올해 추가로 392억원을 대출받았다. 조 회장은 증여세 납부를 위해 공탁 중인데 이를 위해 대출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오너일가들이 보유지분 100%를 주식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 중인 사람은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아들 최민근씨,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장녀인 허성윤씨 등이다. 대부분 증여세 납부를 위한 것이라고 리더스인덱스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