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총차총] 현대그룹 현정은, 경영권 사활…'K승강기' 지킨다
[현총차총] 현대그룹 현정은, 경영권 사활…'K승강기' 지킨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8.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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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회장 보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전량 '현대네트워크'에 매각
주담대 반환자금 마련, 영향력 유지하며 쉰들러 공세 효과대응
현대, 국내 승강기 유일토종…쉰들러 '적대적 M&A' 염두 의혹

재계는 현재 오너경영 ‘1.5세대’로 불린다. 무게를 잡던 총수 ‘아버지 세대’와 스킨십경영의 40~50대 ‘젊은 총수’들이 공존하며 기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신아일보는 ‘현재총수’와 ‘차기총수’로 불리는 이들을 하나로 합친 <현총차총> 코너를 마련했다. 그주 이슈를 몰고 온 오너가(家)를 조명하고 이에 맞춘 미래 경영전략을 살펴보는 코너다. 이번주는 ‘현재총수’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다./ <편집자 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기념사하는 모습.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기념사하는 모습.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에 사활을 건다. 자금줄을 말리려는 쉰들러홀딩AG(쉰들러)의 공세에 장외 지분매각과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현 회장의 전략으로 ‘국내 승강기 시장’ 전체를 지켜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현 회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하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19만6209주(7.83%) 전량을 현대네트워크에 매도했다. 주당 매도가액은 7월24일 종가인 4만1200원에서 약 20% 할증된 4만9440원이며 총 매도가액은 1580억원이다.

현 회장은 장외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대출변제에 쓸 전망이다. 그는 지난 4월 M캐피탈에게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등을 담보로 약 2300억원을 연 12%에 대출 받아 쉰들러에게 배상했다. 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쉰들러가 2014년 제기한 주주대표 소송' 관련해 현 회장이 지연이자 포함 약 2300억원을 쉰들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담보기간은 8월11일까지다.

현 회장은 이번 지분매도로 쉰들러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다.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자금도 융통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이번 장외매도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모두 털었지만 영향력은 여전하다. 현대네트워크는 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지분매도는 지배구조 강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현대네트워크가 가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기존 10.61%에서 18.44%로 늘면서 현대네트워크가 지주사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 회장이 이번 장외매도를 계기로 쉰들러와 오랜 악연을 끊어 낼지 관심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984년 설립 된 승강기 전문기업이다. 현재 국내 승강기업계에서 유일한 ‘한국 토종기업’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쉰들러는 2003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시숙부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백기사로 등장했다. 이들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하며 현 회장을 지원했지만 분쟁이 끝난 뒤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했다.

그러나 현 회장이 우호지분을 모으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자 쉰들러는 2014년 현 회장에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과거 현 회장이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금융사들과 맺은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다.

대법원 판결 후에는 최근까지 자신들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일부를 수차례 장내 매각하며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쉰들러는 매도 사유를 ‘투자 자금 회수’로 밝혔다. 그러나 쉰들러가 지분매도로 확보한 금액은 수십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2대주주가 장내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행위는 소액주주들의 추격매도를 일으켜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 현정은 회장의 주식가치를 떨어뜨려 다시 적대적 M&A를 염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승강기 시장 설치 점유율 39.4%로 1위(2022년 기준)다. 쉰들러엘리베이터는 글로벌 승강기 시장에서 2위다. 하지만 고층건물이 많은 한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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