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M&A 빅뱅] '승부사' 윤종규, 리딩금융 '정중동' 행보
[금융사 M&A 빅뱅] '승부사' 윤종규, 리딩금융 '정중동' 행보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7.0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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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여간 LIG손보·현대증권·푸르덴셜생명 인수…"기회 닿으면 추가 인수"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정부는 은행지주사의 과점체제를 허물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경쟁은 심화할 전망이다. 대형사인 금융지주사 간 시장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중·소형사는 체급을 올려 아성에 도전장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뺏고 빼앗기는 시장 분위기는 갈수록 불거지는 셈이다. 외적 성장을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M&A(인수·합병)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금융권의 M&A 분위기를 훑어봤다. <편집자 주>
 

KB금융은 언제든 좋은 매물이 나오면 M&A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서 경쟁력을 키운다는 의지는 그만큼 상당하다. 

윤종규 회장 취임 뒤 세 차례 M&A를 통해 리딩뱅크에 오른 경험이 있는 만큼 정중동(고요함 속에 움직임)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까지 국내 금융시장의 절대 강자는 신한금융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B금융이 2001년 설립해 후발 주자로 2008년 지주사를 출범했지만 9년간 신한의 순이익은 KB를 압도했다. 

이런 신한의 아성을 KB가 무너뜨린 건 2017년이다. 현재 KB금융그룹을 이끄는 윤종규 회장이 국민은행장 겸 KB금융 회장을 맡은 지 3년 만이다.

2014년 KB금융그룹은 영업이익은 물론 자산 규모(308조원)에서도 신한금융(338조원)에 밀리며 ‘리딩금융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것 아니냐’란 수모를 겪는다.

이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윤종규 회장은 공격적인 M&A 전략으로 KB금융을 다시 리딩뱅크 왕좌에 오를 수 있는 토대를 쌓았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이듬해인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하며 KB금융의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

이런 윤 회장의 전략이 통하면서 KB금융그룹은 2017년 3조311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역사상 첫 3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다. 

특히 그 해 신한금융이 순이익 3조원 달성에 실패하면서 금융지주 출범 뒤 처음 리딩금융에 오르는 영광을 맞본다. 

하지만 2018년 KB금융은 전년보다 순이익이 줄고, 1년 만에 신한에 리딩금융 자리를 신한에 넘겨준다. 당시 KB와 신한의 순이익은 각각 3조612억원, 3조1567억원으로 차이는 955억원이었다. 

2019년에도 KB금융은 순이익 3조3113억원으로 3조4035억원을 거둔 신한에 1위 자리를 내어주며 2년 연속 2위를 기록한다.

이에 윤 회장은 2020년 다시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을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그 결과 그해 3조4685억원의 순이익을 챙겨 신한(3조4146억원)을 근소한 차이(539억원)로 다시 한 번 제친다.

2021년에도 KB금융은 4조40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4조193억원을 챙긴 신한과 격차(3902억원)를 벌리며 2년 연속 리딩금융 왕좌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KB금융은 신한은행이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순이익 3조원을 달성하면서 4조642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신한금융에 다시 리딩뱅크 자리를 넘겨준다.

지난해 KB금융의 순이익은 4조4133억원으로 신한금융과의 격차는 2290억원이다.

이처럼 리딩뱅크 왕좌를 두고 용호상박(龍虎相搏)을 벌였던 KB금융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또 다시 인수합병 카드로 리딩금융을 탈환한다는 분위기다.

윤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작금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혹한기 또는 빙하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며 M&A 관련해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며칠 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윤 회장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M&A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또 기회가 있으면 보겠다”고 말해 언제든 M&A에 나설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실제 KB금융 관계자 역시 “M&A가 파는 측에서도 사려는 측에서도 공공연하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언제든 시장에 좋은 매물이 나온다면 M&A는 항상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만큼 자체적인 경영 실적만으로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KB금융이 스스로 입증한 것처럼 이미 수 년 전부터 M&A를 통해 체급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기업 성장과 직결된 만큼 KB금융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내부에서는 분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