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 부산 '마덱스'행…부회장 승진 이후 첫 '공식석상'
HD현대 정기선, 노르웨이 '노르시핑'행…그룹모태 조선업 강조
재계 동갑내기 절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동시에 현장경영 보폭을 넓히며 라이벌전을 시작한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에, 정기선 사장은 조선에 힘을 실으며 각각 다른전략으로 경쟁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은 같은 기간 서로 다른 행사에 전면 등장, 주력 사업 비전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7~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 현장을 찾았다. 마덱스는 12개국 140여개 국내외 기업이 참여하는 국내 유일 해양방위산업 행사다. 또한 지난 5월 한화에 편입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첫 대외행사다. 한화오션은 이날 수상함 4종을 선보이며 ‘수상함 명가’ 부활을 예고했다.
김 부회장은 마덱스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새 가족이 된 한화오션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들을 직접 챙겼다. 지난해 부회장 승진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 방산업과 한화오션에 힘을 동시에 실었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은 당시 현장 깜짝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화는 한국 대표 방산기업”이라며 “한화그룹의 가족이 된 한화오션도 앞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게 많은 투자와 중장기적인 전략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단순 이윤 극대화보다는 국가 안보와 세계 속의 한국 방산 역사를 확대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방산기업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같은 시기 정 사장은 지구 반대편으로 향했다. 정 사장은 6~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르시핑(Nor-shipping) 2023’에 참석했다. 노르시핑은 그리스 포시도니아, 독일 국제조선해양기자재박람회(SMN)과 함께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로 꼽힌다. 정 사장은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 안광헌 HD한국조선해양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함께하며 글로벌 선사·선급과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 차기 총수로서 그룹 모태인 조선업에 비중을 뒀다는 해석이다.
정 사장은 노르시핑에서 “HD현대가 만드는 선박과 HD현대의 기술이 대양의 친환경 대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선언한 바 있다.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은 바다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현하겠다는 HD현대 그룹 비전이다. 당시 정 사장은 그룹 내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기술력을 융합해 바다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 경영진이 같은 기간 성격이 다른 행사에 각각 참석했다는 건 그룹이 차후 어느 사업분야에 비중을 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이 같은 행보는 그룹 미래 지향점과 맞닿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