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출범 1년을 맞아 발간한 ‘30대 핵심성과집’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복원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당국까지 혁신을 강도 높게 강조해온 현실을 감안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신아일보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은행, 보험, 카드,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총 102명을 대상으로 ‘윤정부 1년을 제대로 평가해 달라’는 전제와 함께 총 12개의 질문을 각각 던졌다. 이번 설문조사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를 정리해 본다. 윤 정부에 남은 시간동안 금융정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감시기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해법으로 ‘노조추천이사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현업 종사자들 의견은 분분하다.
금융권 종사자 다수는 노조추천이사제가 시행되더라도 이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노조추천이사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신아일보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 이사회에 미칠 영향을 물은 결과, 제도 도입이 이사회 기능 강화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39.6%로 가장 많았다. 금융권 종사자 열에 넷은 노조추천이사제를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 셈이다.
반면 이보다 약간 낮은 37.6%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이사회 독립성과 감시기능 강화에 끼칠 영향을 두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9.9%였고, ‘긍정적’이라는 답변도 27.7%를 차지했다.
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현업 종사자도 22.8%(부정적 16.9%, 매우 부정적 5.9%)로 나타났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에서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 등 회사경영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경영진과 함께 결정하는 ‘노동이사제’의 이전 단계로 평가된다.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감시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노조의 과도한 경영 참여 문제 등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있어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은행권에서는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2021년 9월 처음으로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도입하면서 제도를 받아들였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법제화됐다.
그런 만큼 다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산업은행에서는 아직 노조추천이사제를 받아들일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IBK기업은행은 노조에서 2019년부터 매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며 제도 도입을 회사측에 촉구하고 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민간 금융사 가운데서는 KB금융 노조가 2017년부터 매년 주주총회 시즌 때마다 노조추천 또는 우리사주조합 추천 형태로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표를 얻지 못하며 매번 고배를 마셨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에서 노조가 추천한 이사 후보는 사측과 주주는 물론, 투자 자문사까지 반대하고 나서기 때문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책은행도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노조추천이사제 의무 도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