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4년 만에 물꼬 틔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4년 만에 물꼬 틔었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05.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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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대·업무 담당 중계기관 설정 여전히 난항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4000만 국민이 가입하며 '제2의 의료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물꼬가 틔었다. 

14년 만에 여야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다. 

다만 여전한 의료계 반대와 청구 전산화를 담당할 중계기관 선정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

앞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권고한 지 14년 만이다. 

현재 실손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발급받은 뒤 사진을 찍어 보험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송하거나, 팩스·이메일·우편 등으로 청구해야 한다.

이러한 번거로움 때문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등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실제 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단체가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손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청구를 포기한 경험은 절반(47.2%) 수준에 달했다. 

2명 중 1명은 청구를 아예 포기한 셈이다.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로는 진료 금액이 적어서(51.3%), 진료 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와 증빙서류를 보내는 일이 귀찮아서(23.5%) 등 보험금 청구 절차에 대한 이유가 대부분이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종이 절감 등 환경 문제는 물론 업무 효율화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실손보험 청구 건은 연간 1억건으로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도입되면 영수증과 진료명세서, 소견서 등 연간 4억장의 종이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연간 115억톤(t)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4만 그루의 나무를 보호할 수 있는 효과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통해 업무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기존 주당 45시간~50시간이 소요되던 보험금 지급 행정 절차가 간소화 뒤 주당 25시간~30시간으로 40% 이상 절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정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하기까지는 중계기관 선정 등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는 소위에서 제3자 중계기관을 보험사·의료기관이 직접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거나 공공성과 보안성, 전문성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것에 합의했다.

관련 인프라를 갖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그간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비급여 진료 통제 관리를 우려하는 의료계 반발에 매번 무산됐다. 이에 최근에는 보험개발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의료계 반발이 여전하다. 

15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재벌 보험사 배불리는 실손보험 간소화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17일에는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국민 편의보다 민간 보험사 이익을 우선하는 법안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사의 지급 거절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고 보험금 지급 거절 등 오히려 국민의 피해가 예상되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