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최근 스팩(SPAC) 기업공개(IPO) 건수가 늘어나면서 일반투자자에게 일부 불리한 투자 여건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스팩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말한다.
스팩은 일반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지만, 증권사 등(스폰서)에 유리한 거래조건으로 구성돼 있다. 또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시 할 수 있어 이에 따라 스팩 합병이 성공해도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할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도 크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스팩의 IPO·합병 동향과 투자자 유의사항'을 9일 발표했다.
지난해 스팩 IPO 건수는 45건으로 전년(2021년, 25건)대비 80% 늘었다.
스팩은 설립 이후 IPO·상장을 통해 비상장사와 합병하거나 합병 실패하면 해산한다. 스폰서(증권사와 그외 벤처캐피탈, 투자운용사 등으로 구성)는 스팩 설립시 발기인(주식회사의 설립에 관해 정관에 서명한 사람)이다. 증권사는 대표발기인이자 IPO인수인, 합병자문인으로 스팩의 설립과 경영, 합병 등 전반을 주도한다. 일반투자자는 IPO 참여, 주식시장매매를 통해 스팩에 투자하는 구조다.
금감원이 2019년부터 2022년 9월까지 합병이 완료된 스팩 54개사를 살펴본 결과, 스팩 IPO 규모는 평균 9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모가(일반투자자 투자단가)는 2000원으로 스폰서 투자단가(1000원)의 2배 수준이다.
일반투자자는 스팩이 합병을 성공하면 투자원금(83억원)의 62.1%(52억원) 이익을 얻는 것으로 드러났다.
IPO 공모 규모 평균 90억원에서 합병한다면, 일반투자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 투자원금 7억원을 제외한 투자원금 83억원 중 약 52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같은 기간 합병이 완료된 스팩 54건 중 42건은 합병신주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했다. 다만 12건은 하회해 평균 손실 규모가 10억원(-12.7%)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폰서는 투자원금(19억원)의 210%(39억원)이익을 얻었다. 취득가격이 일반투자자의 절반(1000원) 수준으로 합병시점 주가가 이를 하회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스폰서 중 증권사의 경우에는 투자이익(20억원) 외 인수와 자문 수수료 등도 수취하며 268.7%(25억원)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팩 합병이 실패했을 경우, 일반투자자는 공모금액의 90% 이상 예치와 보유재산의 우선 지급에 따라서 투자원금에 대한 손실 사례가 없었다.
스폰서는 후순위로만 잔여재산을 청구할 수 있어 손실을 발생했다. 해산된 스팩 24건의 경우, 평균 스폰서 손실액은 3억원 수준이다.
금감원은 스팩이 잠재력 있는 비상장기업에 상장을 통한 성장경로를 제공하고 투자자에게 양호한 수익을 제공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일반투자자 대비 스폰서에 유리한 거래 조건과 기관투자자들의 스폰서에 대한 견제 부족 현상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 투자,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합병이 성사되도 투자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가액 산출근거, 합병자문인의 과거 자문 내역과 합병 후 주가현황,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비율 등을 합병신고서 등을 통해 꼼꼼히 확인하고 투자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스팩 IPO·합병 증권신고서에 투자주체 간 이해상충요소 등이 충실히 기재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