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⑬] 매일유업 김선희, 재도약 활로 찾기 '분주'
[유통 새판짜기⑬] 매일유업 김선희, 재도약 활로 찾기 '분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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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익 30% 급감…저출산·인구절벽 장기화 '고민'
수익성 회복, 매출 1조원대 정체 과제…확실한 성장카드 급선무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사진=매일유업]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사진=매일유업]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이 지난해 수익성 악화로 실적 부진의 성적표를 받았다. 출생인구 감소에 따른 유업계 침체, 코로나19 악재에서도 별다른 리스크 없이 완만한 성장을 이어간 매일유업이었기에 업계 안팎으로 우려가 나온다. 업계 장수 CEO(최고경영자) 반열에 오른 김 사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어떻게 반등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영환경 악화, 1년 새 영업익 800→600억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2022년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전년보다 30%가량 급감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매출액은 1조6856억원으로 전년의 1조5517억원보다 8.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07억원으로 30.9%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144억원으로 80.6% 감소했다. 

매일유업은 2019년부터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까지 8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냈다. 600억원대 밑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5년 전인 2017년으로 당시 512억원이었다. 

지난해 식품업계 전반으로 비교해보면 매일유업의 실적 부진은 좀 더 뚜렷해 보인다. 외형 성장 지표인 매출 면에서 ‘3조 클럽’에 입성한 식품기업은 전년보다 두 배 늘었다. 또 대형 식품기업들 중 매일유업처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예는 찾기 힘들다.  

매일유업 측은 수익성 악화에 대해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이익 감소”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압박, 원윳값을 비롯한 낙농 생산비용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부담이 컸다는 의미다.

매일유업은 코스닥 재상장(2017년) 이후 2018년 1조3006억원으로 매출 1조 클럽에 첫 입성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5년 내내 매출 1조원대에 머물렀다. 주력인 유가공 비중이 큰 탓이다. 실제 이 회사 전체 매출(2022년 3분기 누계)에서 유가공 사업 비중은 83.1%에 이른다. 

매일유업 본사. [사진=박성은 기자]
매일유업 본사. [사진=박성은 기자]

사회 전반에 큰 문제로 꼽히는 저출산, 인구절벽이 심화되면서 가장 연관이 깊은 유업계 침체가 지속됐다. 실제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합계출산율 0명대를 이어가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다. 국내 우유소비는 흰우유(백색시유) 기준 20년 새 15%가량 줄었다. 이른바 ‘우유절벽’이 길어지면서 매일유업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10년째 장기집권…아쉬운 글로벌 사업

매일유업의 실적 부진은 김선희 사장에게 고민일 수밖에 없다. 당장의 수익성 개선은 물론 수년째 이어진 1조원대 매출을 어떤 식으로든 끌어올려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김 대표의 가장 큰 과제다. 

김 대표는 2014년 취임 후 올해로 10년째 매일유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정기주주총회 때 재신임을 받으면서 2025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업계 안팎으로 김 사장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지방함량을 세분화한 ‘저지방 우유’, 유당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한국인 특성을 고려한 ‘소화가 잘 되는 우유’, 단백질 성인영양식 시장에 불을 지핀 ‘셀렉스’ 모두 김 사장이 주도적으로 발굴한 대표작이다. 또 ‘아몬드 브리즈’, ‘어메이징 오트’ 등 식물성 대체우유 역시 업계를 선도하는 상품으로 발돋움했다. 

다만 이들 모두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보니 확실한 성장동력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 사장은 더욱이 핵심 신사업으로 꼽힌 셀렉스가 2021년부터 후발주자였던 일동후디스 ‘하이뮨’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매일유업의 글로벌 사업도 하향세다. 이 회사의 수출액을 살펴보면 2018년 603억원, 2019년 539억원, 2020년 396억원, 2021년 380억원으로 내리막길이다. 지난해에도 370억원(3분기 누계) 수준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주요 대형 식품사들이 대내외 복합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영향이 컸다. 일각에서 경영 10여 년간 김 사장이 내수시장에만 치중하다보니 글로벌 사업 성장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나오는 이유다.   

◇SK와 손잡고 대체유 다각화, 사명 변경 '신중'

김 사장은 일각의 우려를 씻어내고자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대체우유 사업 다변화에 나선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SK, 미국의 대체우유 단백질 기업 퍼펙트데이(Perfect Day)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퍼펙트데이는 세계 최초로 단백질 생성 유전자에 미생물을 결합·발효해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대체우유지만 콩, 곡물 등으로 만든 식물성 우유와 성격이 다르다. SK는 퍼펙트데이의 차별화와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1200억원을 투자했다. 매일유업은 두 회사와 3자 합작법인을 세워 대체유 단백질을 활용한 아이스크림, 성인영양식, 유음료 제품 개발·생산·판매 전 과정을 맡게 된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 승인을 받기까지는 최소 1년여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업 개시는 일러도 올 연말 또는 내년 중으로 전망된다.  

어느 마트에서 매일유업 유제품을 살펴보는 한 소비자.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서 매일유업 유제품을 살펴보는 한 소비자. [사진=박성은 기자]

김 사장은 또 2021년 115억원에 인수한 호주의 파우더원료공장을 연내 수출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향후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우유 분말·원료를 B2B(기업 간 거래) 방식으로 중국, 동남아 등지로 수출해 글로벌 사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매일유업은 이 외에 디저트 계열사 엠즈베이커스, 2021년 지분 35.7%를 인수한 ‘더베이커스(밀도)’를 앞세워 디저트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등 종합식품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집중한다. 회사 간판에서 ‘유업’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사명 변경 검토는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던 부분”이라면서도 “변경 시 대내외적으로 고려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당장의 시점은 아니라는 게 내부 전반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번 기획 열네 번째 기업으로 BGF리테일을 살펴볼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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