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보령바이오파마 M&A '깜짝' 참전…올해 '혁신·속도' 방점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간 합병을 매듭지으면서 2세 김남정 부회장 체제로 경영기반을 확고히 닦게 됐다. 김 부회장은 최근 외식·바이오 기업 인수에 잇달아 참전하며 외연 확장에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김 부회장의 묘수(妙手)가 그룹의 새로운 50년을 위한 재도약의 발판이 될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외식·바이오 손 뻗친 동원 2세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을 마친 동원그룹은 지주사 동원산업을 앞세워 외식과 바이오 사업으로 외연 확장을 꾀했다. 동원산업은 올 들어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 한국법인에 이어 보령그룹의 ‘보령바이오파마’ M&A(인수합병)를 추진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햄버거 브랜드다. 매출액 기준(2021년 8679억원) 국내 햄버거 시장 1위 사업자다. 지난해 매물로 나오면서 주인 찾기에 나섰는데 동원산업이 인수에 뛰어들었다. 단독으로 매각 예비입찰에 나선 만큼 매각가(5000억원 안팎) 조율만 잘 된다면 맥도날드를 품을 가능성은 크다.
1991년 설립된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그룹의 백신·신약 개발을 담당해 왔다. 국내 최초로 경구용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했다. 동원산업은 보령바이오파마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업계에선 매각가를 6000억원 수준으로 본다.
동원그룹은 국내 최대 수산기업인 동원산업과 종합식품사 동원F&B를 양축으로 물류(동원로엑스), 포장(동원시스템즈)으로 몸집을 꾸준히 키웠다. 현재는 공정자산총액기준 51위(공정거래위원회·2022년)의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업주 ‘캡틴 킴’ 김재철 명예회장이 창립 50주년인 2019년 명예퇴진을 하면서 현재는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후계자로서 동원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신사업 추진과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복고창신(復古創新)’을 강조하면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 “속도라는 실행론이 더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혁신과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업계 예상 깬 승부수…불안 요인도 존재
일각에선 M&A 큰 손으로 떠오른 동원그룹의 행보가 김남정 부회장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단 얘기가 나온다. 그룹의 지난 50년은 수산·식품을 중심으로 아버지 김재철 명예회장의 그림자가 컸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으로 그룹 장악력이 한층 강화된 김 부회장에겐 변화된 동원그룹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외식·바이오 기업 인수라는 업계 예상을 깬 승부수로 이목을 확실히 끌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같은 인수 추진에 우려의 시선도 일부 존재한다.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동원의 식품·외식 포트폴리오 확장이란 면에서 긍정적이다. 높은 인지도와 매출액 1위 햄버거 브랜드라는 장점도 있다. 반면에 빈약한 내실은 고민스럽다. 실제 최근 3년간(2019~2021년) 쌓인 적자만 약 1200억원에 이른다. 위생불량 등 식품안전성 이슈도 많다. 지난해 10월 백종헌 의원실(국민의힘)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상위 10개 프랜차이즈 업체 중 비위생 적발도 1위(2017~2022년 상반기 누계)를 기록했다. 맘스터치·롯데리아·버거킹·KFC 등 대형 버거 기업들은 물론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까지 경쟁 플레이어들이 갈수록 늘면서 버거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동원과 맥도날드의 시너지가 드러난 불안 요인들을 어떻게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국내 3위 백신 제조기업으로서 2021년 기준 1391억원 매출, 1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흑자를 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본다. 기존의 GNC뿐만 아니라 새로운 건강기능식품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대신 백신을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의 유통구조 특성상 공공물량 비중이 커 미래 성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김남정 부회장 입장에선 여태껏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바이오 사업 진출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매출 8조'…지배구조 개편 성과
동원그룹은 동원산업 지주사 체제에서 지난해 매출 8조원을 훌쩍 넘으며 외형 성장을 지속했다. 연결기준 매출 8조8660억원으로 전년보다 16.6% 늘었다. 영업이익은 생산비용 증가로 소폭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10%가량 늘어난 3472억원으로 선방했다. 종합식품기업 동원F&B가 연매출 첫 4조원을 돌파했고 지주사 동원산업 매출 또한 전년보다 40% 이상 성장한 1조315억원을 기록했다. 동원시스템즈와 동원로엑스도 각각 매출 1조원대의 견고한 성장을 했다. 그룹 지주사 합병에 따른 경영효율화로 얻은 결실이다.
특히 그룹 매출의 절반가량을 책임진 동원F&B는 지난해 11월 인사를 통해 7년 여간 이어졌던 김재옥 체제에서 김성용 대표로 변화를 줬다. 김 대표는 동원F&B 마케팅실장, 동원홈푸드 식재조미부분 대표 등을 역임한 식품 비즈니스 전문가다. 김 부회장은 그룹 식품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김 대표를 발탁했다.
동원F&B는 연매출 4조의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했지만 경쟁사인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1위 품목 수는 많지 않아 전반적인 시장지배력은 다소 열세다. 주력인 참치캔은 82.7%(2022년 3분기)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으나 또 다른 주력인 상품죽은 CJ 비비고와 엎치락뒤치락한 상황이다. 캔햄, 냉동만두, 유제품 등도 동원의 인지도를 감안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대표 브랜드 ‘양반’은 기존의 김·죽·김치에서 2020년부터 국탕찌개를 시작으로 상품 다각화를 통해 HMR(가정간편식)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최근엔 ‘양반 수라’, ‘양반 수라 시그니처’로 품질 고급화를 꾀하며 소비층을 세분화했다. 그럼에도 CJ 비비고 만큼의 위상은 아직 갖지 못한 상황이다.
동원F&B는 조만간 동원참치 ‘비건(Vegan, 채식주의)’ 제품을 선보이며 식물성 참치캔 시장 개척에 나선다. 김 대표가 이처럼 동원F&B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경쟁력 제고에 어떤 방향을 잡고 끌고 가느냐가 향후 동원그룹의 ‘매출 10조 달성’ 속도에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 기획 열세 번째 기업으로 매일유업을 살펴볼 예정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