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사업 강화 통한 반등 정조준…고객가치 기반 성장
올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 금리인상 지속으로 국내외 소비가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부자재 가격인상 여파로 기업 생산비용 부담도 커지면서 올해 유통업계 전반으로 ‘저성장 위기’가 예견된다. 그럼에도 유통 기업들은 위기 속 기회를 발굴하고자 사업다각화, 미래 먹거리 발굴, 글로벌 시장 개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유통 업황별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어떻게 ‘새 판’을 짜고 ‘위기 대응’에 나설지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LG생활건강의 새 수장인 이정애 사장에게 ‘실적회복’과 ‘반등’이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이정애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재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역량을 결집할 전망이다. 특히 고객 니즈(needs)와 시장 변화에 발맞춘 다양한 시도로 ‘글로벌 뷰티기업’이라는 명성을 얻겠다는 포부다.
◇'차석용 매직' 끝…매출·영업익 동반 뒷걸음질
12일 재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2022년 한 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전년 대비 11.2% 감소한 7조1858억원의 매출과 44.9% 감소한 71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7년간 이어온 실적 경신 랠리가 멈춘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온라인 채널 다각화와 온·오프라인 소통 확대, 신제품 출시 등의 노력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둔화, 원가부담 등의 여파가 컸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중심으로 전개하던 뷰티사업의 실적 악화가 뼈아팠다. 뷰티사업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2118억원과 3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7%와 64.7% 쪼그라들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엔데믹 전환으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LG생활건강은 올해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 7300억원의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위기 극복·영토 확장 위한 CEO 교체 '승부수'
LG생활건강은 이 같은 침체기에서 벗어나 반전을 꾀하기 위해 ‘수장 교체’ 카드를 꺼냈다. 국내 최장수 CEO로 2005년부터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끈 차석용 부회장이 용퇴하고 LG그룹 첫 공채 출신 여성 CEO로 이정애 사장이 부임했다.
이정애 사장은 LG생활건강에 입사한 후 생활용품 사업부장,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 등 회사 내 전 사업부문을 거쳤다. 이는 이 사장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그에 상응할 성과를 냈다는 방증이다. 실제 이 사장은 생활용품 사업부장 당시 제품 프리미엄화 등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생활용품 시장 1위 지위를 확고히 했다. 특히 2016년에는 회사 대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인 ‘후’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생활건강은 “이정애 사장이 그간 축적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북미·일본 등 새로운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애 사장 "중국 전열 정비, 북미 역량 보강"
LG생활건강은 지난 18년간 차석용 부회장 체제에서 약 30건의 인수합병(M&A)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왔다. 이정애 사장 체제가 된 올해부터는 ‘진정한 글로벌 명품 뷰티회사’를 목표로 진출국가·유통채널 다각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은 북미를 ‘제2의 중국’으로 육성한다. LG생활건강은 이를 위해 성장 잠재력이 큰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역량과 운영체계를 강화하고 현지 시장·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사업 간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LG생활건강은 현재 ‘후’·‘오휘’·‘빌리프’ 등 럭셔리 화장품과 ‘닥터그루트’·‘피지오겔’ 등 데일리 뷰티 브랜드로 북미를 공략 중이다. 여기에 ‘더 에이본’·‘보인카’·‘더크램샵’ 등으로 지배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LG생활건강은 또 아마존·코스트코 온라인몰·알리바바·틱톡(더우인)·콰이쇼우 등에 이어 해외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고 오프라인 채널도 키우면서 고객 접점을 더욱 넓힐 예정이다.
이정애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국은 시장과 고객 변화 방향에 맞춰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와 현지 유통기반 확대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겠다. 차기 시장인 북미는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제품 준비와 현지 사업 운영 역량 보강을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일들이 끈기 있게 실행되고 의미 있는 성과와 역량 내재화로 이어지려면 우리 모두가 고객 가치 관점의 깊은 고민과 주저 없는 소통,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는 노력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기획 아홉 번째 기업으로 SPC를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