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용퇴한 가운데, 금융당국 역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금융당국 수장들이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최고 경영자의 책임을 따져 물어 압박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옵티머스 사태 등 금융 사건과 관련한 재수사에 나서면서 금융당국 책임론도 재점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옵티머스 자산 운용 펀드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넘겨받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옵티머스 사건 외에도 검찰은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 등 다른 금융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서 주범들은 대부분 법원으로부터 처벌받은 가운데 검찰이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재수사에 나서면서 사법당국의 칼날이 정관계로 향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 등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사건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 책임론에 대한 지적이 재확산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이어 연임을 포기하고 용퇴를 선언하면서 금융당국 역시 스스로 관리와 감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은 2021년 7월 감사원으로부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사모펀드 접수 및 확인 업무에서도 문제점이 있었지만 보완 요구를 하지 않았으며 △상시감시에서도 문제가 발견됐고 △위법사실을 확인하고도 지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이 직접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의 부실한 감독이 원인이라고 결론 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실무자급 일부만 ‘정직’을 당했을 뿐, 금융당국 수장은 물론 고위급에서도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과거 금융사건과 관련한 당국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관리와 감독 부실에 대한 문제는 계속 지적이 있었고, 사건 초기에는 금융당국에 초점이 맞춰졌다가 이후 민간으로 초점이 돌려지면서 지금은 가라앉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금융사고 등이 터졌을 때 금융당국이나 관료들은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고, 관련 법에 의해 당연히 관리·감독 책무를 가지고 있는데 스스로 금융당국이 자신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며 “(국회 등) 정치권에서도 따졌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 역시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인 만큼) 상품 등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꼼꼼히 살펴 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항상 반복되어 왔다“며 “사고와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이 책임진 적이 없는데, 당국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금융사들도 심각성을 느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과거 사모펀드 사태는 규제를 완화한 금융당국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라임펀드를 시작으로 대규모 사모펀드 사고의 책임은 금융당국이 사모 자본시장이 민간자본 중심으로 전환되도록 규제를 완화한 2015년 10월부터 시작됐다”며 “펀드사태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났지만 금융당국은 규제완화와 사전적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못 한 책임은 지지 않고 금융소비자와 금융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금융노조는 과거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한 금융위원장이 민간금융그룹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명확히 반대 입장을 표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