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연임 포기…우리금융그룹 '임추위' 새 국면
손태승 회장 연임 포기…우리금융그룹 '임추위' 새 국면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1.1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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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융그룹 이끌고도 '용퇴'…라임사태·당국압박 부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임기가 끝나는 올해 3월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손 회장은 18일 오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손 회장은 그간 우리금융그룹을 종합금융그룹으로 이끌며 사세를 확장했지만 금융당국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세대 교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은 손태승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앞서 스스로 연임을 하지 않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회장은 “최근 금융권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임추위에서 완전민영화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 발전을 이끌어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은 선임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금융이 대내외 위기 극복에 일조하고 금융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성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12월 우리금융지주 출범 뒤 초대 회장을 맡아 4년간 우리금융을 이끌어온 손 회장은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에 성공하고,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다. 

여기에 올해 경영 목표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제시하고, 그 첫걸음으로 다올인베스트먼트를 품에 안았다. 

손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손 회장은 DLF(파생결합펀드)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만큼 라임펀드 사태도 소송을 제기해 제동을 걸고 연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금융당국 수장들은 손 회장 연임에 대해 연일 부정적인 발언을 퍼붓고 공공연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손 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손 회장의 연임 포기 소식에 “특정 회사 CEO(최고경영자)의 개인적 의사 표명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또, 손 회장의 법적 대응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손 회장이 연임 의사를 포기하면서 우리금융 임추위가 어떤 결론을 낼지 한층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을 비롯해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 전 총괄부문장, 장안호 전 수석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이 1차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손 회장의 이름이 빠지게 되면서 임추위가 기존 논의된 인물 중 추가로 이름을 올릴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1차 후보군을 정할지 주목된다. ‘내부인사 vs 외부인사’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차기 회장은 무엇보다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고 ‘외부 인사가 들어와야 한다’는 논리는 또 다른 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내부 출신 선임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이 책임을 졌지만, 과연 우리은행 내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라는 의문이 있다”며 “조직에 기여하고 이해도가 높다고 내부 출신 인사만 답이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문제인 만큼 외부 출신 인사 선임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재점검 및 강화"라며 "신한 조용병 회장에 이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까지 사퇴하면서 향후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있어서 철저하고 실효성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과 이행이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 임추위는 이날 결정한 1차 후보군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2차 후보가 결정되면 이를 공식 발표한다.

▲다음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입장문> 전문.

"저는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동안 우리금융그룹을 사랑해주신 고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향후 우리금융이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위기 극복에 일조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