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뒀지만, 비(非)이자이익 부문은 크게 뒷걸음질 쳤다.
대내외 경제시장 악화로 주식시장이 침체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도 금융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데다, 각종 수수료 면제 정책도 추진하는 만큼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은행이 벌어들인 비이자이익은 총 1조7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6조1000억원)보다 무려 72.1% 급감한 규모며,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과 2009년에도 은행들의 비이자이익은 5조원대였다.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펀드와 신탁, 방카슈랑스, 외환, 파생상품 등 판매를 통해 거둔 수수료와 주식·채권·부동산 등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구성된다.
은행들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이자이익 비중을 늘리기 위해 수익구조 다변화 작업에 힘을 쏟아왔다. 비이자이익은 자본조달 부담이 크지 않고, 위험자산을 무리해서 확대하지 않아도 수익 확보가 가능한 이유에서다.
이자이익에만 기댔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큰 데다 ‘이자 장사’를 한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 비해 이자이익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그동안의 노력은 가려진 형국이다.
지난해 은행의 비이자이익이 줄어든 까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통화 긴축 가속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여파를 은행이 직격으로 맞은 탓이 크다. 증시가 흔들리면서 유가증권 투자 부문에서 큰 손실을 봤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비이자이익 감소의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권은 2019년 해외 파생결합펀드(DLF) 환매 중단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홍역을 연달아 겪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투자 상품에 대한 관리·점검을 강화하고 고위험 상품 판매에 제한을 뒀다.
장기적으로 수수료 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비이자이익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침체가 지속하면서 투자 부문 수익을 끌어올리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 때문이다. 또 계좌이체·중도상환수수료 감면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비이자이익의 한 축인 수수료이익 역시 성장을 확신하기 어려워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계열사와의 제휴나 신사업 확대 등을 통한 새로운 비이자 수익원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